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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보증금 떼먹는 집주인,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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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52회 작성일 15-02-0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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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4 03:00:00 수정 2015-02-04 03:08:49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2월의 주제는 ‘약속’]<22>외국인 세입자 울리는 사람들

“20일에 꼭 보증금 돌려준다고 약속하셨어요. 꼭 지키셔야 해요.”

경기 안양에 사는 베트남 출신 근로자 D 씨(35)는 자신이 수차례 집주인에게 던진 이 말이 꼭 지켜지길 바라고 있다. 그는 월세계약 보증금을 20일에 돌려받기로 집주인과 약속했다. 지난달 18일로 계약이 끝나면서 이사한 D 씨는 주인에게서 “다음 임차인이 들어올 때까지 보증금은 못 돌려준다”는 말을 들었다. 그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주인의 그 다음 말이었다. “월세니까 보증금에서 석 달 치 까놓고 나머지만 받아서 나가는 거예요.” D 씨의 한 달 월세는 30만 원. 한 번도 월세를 빼먹거나 밀린 적 없었다. 기자가 문의하자 집주인 A 씨는 “D 씨가 미리 방을 뺀다는 말도 없이 나가 버려서 석 달 치 월세를 빼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적어도 두 달 치 월세는 빼고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Y 씨(31)는 2013년 10월 1년 동안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4만5000원을 내기로 했다. 계약이 끝나고 두 달을 더 머문 그는 지난해 12월 초 “한 달 후에 이사가겠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돌변했다. “2년 계약했으면서 왜 1년 만에 나가느냐. 나갈 거면 석 달 치 월세를 보증금에서 빼놓고 나가라”고 말했다. 계약서에 쓰인 기간은 1년이었다. 시민단체가 나섰지만 Y 씨는 두 달 치 월세 29만 원을 뺀 나머지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전자제품공장에서 일하는 Y 씨는 베트남에 아내와 자식 여섯을 두고 온 가장이다. 월급 100만 원을 받아 600∼700달러를 베트남으로 보내는 Y 씨에게 29만 원은 엄청나게 큰돈이다.

엄연하게 월세 계약이란 ‘약속’을 무시하고 보증금을 내주지 않거나 두세 달 치 월세를 빼고 주는 집주인들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말이 서툴러 통역 없이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이뿐만 아니라 ‘외국인 때문에 한국인 일자리가 줄어든다’ ‘외국인한테는 집을 빌려주면 안 된다’ 등 인신공격까지 참아야 한다.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민법은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이가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집주인에게도,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은 계약서에 적힌 약속의 내용을 정확히 모를 수 있으니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방을 얻은 외국인은 방 빼기 한 달 전에는 주인에게 통보해주고 주인은 밀린 월세가 없다면 약속에 따라 보증금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민단체나 경찰의 힘을 빌려야 한다. 경기글로벌센터 송인선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면서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하소연할 곳이 없어 시민단체가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의 김해성 목사는 “불법체류자라 직접 경찰에 찾아가기 어렵다면 우리가 대신 고발해 보증금을 돌려받게 하는 길도 있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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