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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ALK] 한국 영화의 새 코드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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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443회 작성일 12-01-0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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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ALK] 한국 영화의 새 코드 '다문화'

 

조선일보    변희원 기자

 

입력 : 2012.01.09 03:06

 
CJ E&M 제공

만호:(황당한 듯 봉조를 바라보고) "이제 대표팀에 용병도 써요? 전략적 귀화?"

봉조: "아유, 아뉴! 이래 봬두 충남 온양 출신이유. 나름 양반 가문이유. 엄니가 미스 케냐 출신이유. 지가 선배님 룸메이트여유. 흐흐."

19일 개봉하는 김달중 감독의 '페이스 메이커' 중 한 장면이다. 봉조는 마라톤 국가대표팀의 막내이자 주인공 만호(김명민)의 룸메이트다. 검은 피부에 곱슬 머리의 다문화 가정 출신 한국인이다.

영화가 한국 사회에 깊숙이 들어온 '다문화'를 발빠르게 따라잡아 담아내고 있다. 결혼하는 부부 열 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2010년 기준)이고, 2006년 2만5000명이었던 다문화가정 자녀 숫자가 2010년 16만명으로 7배 정도 급증한 현실을 스크린에 그대로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영화보다 더 먼저 다문화를 다룬 건 TV 드라마다. SBS '하노이신부'(2005)·황금신부(2007)와 같은 드라마에서 이미 베트남 여성과 한국인 남성의 결혼을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국경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치중하는 등 다문화가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 영화는 다양한 주제를 현실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매체의 특성상 다문화 사회를 있는 그대로,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는 평이다.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2009)와 육상효 감독의 '방가방가'(2010)는 당시 사회 이슈로 떠오른 외국인노동자 부당 대우 문제를 다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경우. 반두비에선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마붑 알엄 펄럽)와 여고생(백진희)의 교감을, 방가방가에선 외국인 노동자인 척 위장 취업을 하는 청년 실업자 방가(김인권)를 담았다. 방가방가는 제작비 8억원의 저예산 영화였지만 관객 10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다문화 가정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는 지난해 개봉한 이한 감독의 '완득이<사진>'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척추장애인 아버지(박수영)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이자스민) 사이에서 태어난 완득이(유아인)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가 관객 500만명이 넘는 '대박'을 터뜨리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완득이 가정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는 '다문화 코드'가 곳곳에 깔려 있다. 완득이의 담임교사(김윤석)는 교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돌보고, 완득이가 킥복싱을 배우는 체육관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이 영화는 사회 변화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방향까지 제시한 바람직한 경우"라며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을 거두고 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다뤘다"고 했다. 한 영화제작자는 "현실에서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들이 급증했으니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이미 사회현상이 된 지 오래라서 관객도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아 앞으로도 다문화를 다룬 영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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