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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한국 16살이상 결혼못하는 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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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92회 작성일 12-02-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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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한국 16살이상 결혼못하는 법 추진

한겨레신문    등록 : 2012.02.26 19:40 수정 : 2012.02.26 22:34

 

고종석 언론인

[고종석 칼럼] 추악한 한국인

베트남 지방 정부들이 자국 여성과 쉰 살 넘은 한국인 남성의 결혼을 막는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이와 더불어,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자의 나이 차가 16년 넘는 결혼도 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랑의 위력에 대한 속언들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그 속언들은 흔히 경계를 뛰어넘는 사랑의 힘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거나, 사랑에 나이나 신분이나 계급 차이가 무슨 상관이냐는 투의 속언 말이다. 그러나 이런 속언들은 현실 속에서 사랑이 물리적 경계를 넘기 어렵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실제로 사랑이 국적과 나이와 계급의 다름 때문에 허물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아니,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는 이런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의 법률적 매듭이라 할 혼인에 이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가장 흔한 결혼은 같은 국적에 엇비슷한 나이와 신분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진다. 결혼의 그런 장벽을 무너뜨리려면 여느 경우보다 한결 더 강한 사랑의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에 그런 사랑의 힘이 전제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여느 경우보다 더 세찬 사랑은커녕,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배제되기 일쑤다. 그 결혼은 대체로 결혼중개업체가 주선한, 합법성이 의심되는 집단 맞선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 남자는 쇼핑센터에라도 온 듯 여자를 고르고, ‘간택’된 베트남 여성은 제 감정을 가늠해볼 여유도 없이 한국에 시집온다. 사실상 인신매매다. 여기서 가장 날카로운 비판을 겨누어야 할 대상은 돈벌이를 위해 이런 인신매매를 행하는 브로커들이다. 그러나 한국 남자들의 비열한 욕망이 아니었으면, 그 브로커들도 수지를 맞추지 못해 일찌감치 전업했을 것이다.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에는 어떤 전형이 있다. 여자는 나이가 어리고 남자는 나이가 많다. 그 나이 차이가 두 배를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딸뻘의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 남성이 흔하다는 뜻이다. 남자는, 여자보다는 낫겠지만, 경제 형편이 넉넉지 않다. 그래서 베트남 여성은 결혼한 뒤에도 육아와 살림살이만이 아니라 임금노동을 해야 한다. 나이를 떠나서, 한국 남자는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독하게 말하자면, 핸디캡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베트남 여성을 신부로 맞는 한국 남자는 대개 한국에서 배우자를 찾기 어려운 이들이다. 그런 핸디캡을 ‘베트남과 한국의 국력 차이’로 메우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그 알량한 국력이라는 것 일부는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더러운 하위 파트너 노릇을 한 덕에 생긴 것이다.

그러면 사랑 없이 결혼한 이 남녀들이 부부로 살면서 사랑이라는 거룩한 감정을 차차 누리게 되는가? 물론 그런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따금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국제결혼 관련 기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음을 알려준다. 한국인 남편은 때리고 베트남인 아내는 맞는다. 맞아죽는 수도 있다. 남편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아내가 가출하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고, 심지어 정당방위를 하다가 남편을 죽이는 수도 있다. ‘한국의 꿈’을 지니고 동중국해를 날아온 베트남 여자들은 운수가 사나우면 인생을 아예 망쳐버리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을 들어 한국인 남편을 비판하면, 그것은 더 깊은 구조적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안다. 세상에 구조적 문제 아닌 게 어디 있는가? 그래도 나쁜 것은 나쁜 것이다. 이방인 아내를 학대하고 착취하는 한국인 남편은 추한 한국인이다. 그들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저버렸고, 저 자신과 대한민국의 품격을 낮췄다. 사실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해결을 꾀했어야 할 일이다. 인권의 보편성이라는 관점에서도 그렇지만, 우리가 베트남에 진 빚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베트남 현대사에 잠시만 눈길을 줘도, 이 나라의 ‘국격’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베트남은 프랑스·일본·미국의 제국주의와 싸웠다. 그리고 그 모든 싸움에서 이겼다. 이긴 뒤, 적을 용서했다. ‘국격’ 좋아하시는 우리 대통령님, 이 문제에 눈길을 좀 주시라.

고종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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