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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사회적 '편견'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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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105회 작성일 12-01-0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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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사회적 '편견'만 키운다

머니투데이 | 기사전송 2012/01/07 17:43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서울=뉴스1) 이명현 인턴기자


#1. 한국에 10년째 살고 있는 미국인 M(31)씨는 2010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했다. 그는 14개월 된 딸이 더 크기 전에 한글을 배우기로 작정하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보려 홈페이지를 찾았지만 자신은 '결혼이민자'가 아니라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M씨의 자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M씨는 "다문화가족지원 프로그램은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라 적지 않은 다문화가정이 지원 대상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2. 캐나다 출신 에이딘 하몬드(37)씨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낳은 4살짜리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구청 간행물에 실린 다문화가족지원 소식을 눈여겨보곤 한다. 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는 않지만 그에게는 유일한 통신망이다. 하지만 그는 다문화가정 보육비를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친구를 통해서야 알았다. 하몬드씨는 "마땅히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을 일도 없다보니 중요한 정보를 자주 놓치게 된다"며 "선진국 출신이라 거꾸로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문화가족 지원이 저소득 가정, 그것도 결혼이민자에게만 치중돼 제도의 본래 취지인 사회통합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도와줘야 하는 구제의 대상으로 고착돼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걸 방해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다문화가정 존재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1년 현재 국내에는 21만1458명의 결혼이민자가 거주하고 있다. 남성 2만2878명, 여성 18만8580명으로 결혼이민자의 89.2%는 여성이다.

출신국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이 6만3110명(29.8%)으로 가장 많고 이어 중국 5만8108명(27.5%), 베트남 4만1877명(19.8%), 일본 1만761명(5.1%), 캄보디아 4412명(2.1%), 몽골 2854명(1.3%) 등의 순이다. 미국은 2218명으로 9번째다.

결혼이민자 가정의 자녀는 모두 15만1154명. 이 중 만 6세 미만인 영·유아가 9만3537명(61.9%)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초등학생은 3만7590명(24.9%), 중학생 1만2392명(8.2%), 고등학생 7635명(5.1%)이다.

그러나 '결혼이민자=다문화가정'일 것이라는 공식과는 달리 결혼이민자 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다문화가정이 존재한다. 2008년 재정된 다문화가정법은 다문화가정을 결혼이민자와 함께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거나 귀화허가를 받은 외국인으로 구성된 가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M씨처럼 한국에서 취업비자를 받고 일하다가 한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경우 '결혼이민자'는 아니지만 다문화가정에는 포함된다. 외국인 부부가 한국으로 귀화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이 '결혼이민자'만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이 같은 다문화가정까지 포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실제 여성가족부 산하 위탁기관인 전국다문화가족지원단은 다문화가족을 위한 가족교육과 상담, 문화 프로그램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결혼이민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설립 목적이 결혼이민자의 한국사회 조기적응과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가족생활 지원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공식적인 대상자는 결혼이민자지만 다문화가정이면 누구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 지원 정보를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의 경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혼인비자를 통해 입국한 결혼이민자들은 출입국사무소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정보를 제공받지만 나머지 다문화가정은 이 같은 지원정보에서도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이민 여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 배우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문제다. M씨는 "아내가 한국사회에서 혼혈인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고민이 많지만 정작 상담을 하고 도움을 받을 곳을 찾을 수 없어 무척 답답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식 개선 캠페인도 의상·음식 체험뿐

다문화가정 인식 개선을 위해 벌이는 캠페인이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지원단체가 벌이는 행사는 이국적인 음식과 의상 체험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다문화가정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대부분 지원이 저소득 다문화가정에게 후원금이나 물품, 식권을 배급하는 사업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다문화가정은 모두 불우이웃'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생겨나는 것도 문제다.

다문화가족통합교육으로 배우는 '다문화콘텐츠'도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에 그치고 있다. 수요의 우선 순위에서 다른 나라 출신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적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는 다문화가정들은 우리 사회와의 통합 대상에서는 소외되고 있다.

M씨는 "한국에서 우리 가족은 다문화가정이지만 다문화가정에서도 배제되는 소수자가 된다"면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배려가 일종의 차별이 돼 또 다른 다문화가정을 격리시킨다"고 지적했다.

소득수준과 상관 없이 사회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3년째 동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지원사로 근무하고 있는 수시 라하유 위르야니(36·여·인도네시아)씨는 "다문화가정 부모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배우자 프로그램'이 생겼고 남성 배우자를 위한 책자도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에서 소외된 이들 다문화가정의 바람은 소박하다. 하몬드씨는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을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M씨는 "일반적인 한국인 가정과 교류하면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이 소박한 바람도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할 때라야 가능한 게 구멍난 다문화가정 지원체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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