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뉴스

'한국인의 고정관념' 인권미팅서 참석자들 '인종배타주의&#039…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703회 작성일 11-11-14 16:54

본문

"피부색으로 인종 서열화 다문화는 요원"
'한국인의 고정관념' 인권미팅서 참석자들 '인종배타주의' 비판

 

 

변윤재 기자 (2011.11.09 11:17:14)
 
“저는 외모 때문에 한국 사람인 줄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별로 겪지 않았지만, 동남아쪽 친구들의 경우에는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몽골에서 왔다고 하면 ‘몽골은 못 하는 나라인데 여기 올 정도면 너희집 엄청 부자냐’고 합니다. 조금 가슴이 아픈 얘기죠.”(바야르)

“나도 한국인의 DNA 속에 인종 배타주의랄까, 그런 점이 있구나 하고 느꼈던 기억이 있어요. 한 10년 전에 아는 미국인과 한국인 여자친구가 팔짱을 끼고 걸어가니까 한국 남자 대학생들이 그 여대생 보고 욕을 하더라고요. 만약 반대의 경우였어도 그렇게 반응했을까, 그 남자친구가 한국인이었어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하태경)

다문화시대에 우리나라는 과연 얼마나 유연하고 개방적일까. 우리 사회에서 ‘이방인’인 두 사람의 눈에 비친 한국은 외국인을 편견없이 대하는 것에 있어선 아직도 부족한 면이 있었다.

8일 오후 연세대 법대 광복관에서 ‘다문화세대, 한국인의 고정관념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인권미팅에 참가한 두 명의 이방인은 솔직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날 인권 미팅은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의 사회로, 몽골인 유학생 수랭 오트공바야르 씨(서울대 박사과정), 레이싱모델 김나나 씨, 탈북대학생 정재현 씨가 나와 한국인과 한국사회가 지닌 선입견과 문제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수랭 오트공바야르 씨와 정재현 씨는 각각 8년, 6년을 살고 있어 한국사회의 속살도 어느 정도 경험했다. 억양이나 언어 구사에서는 이방인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국화가 됐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욕 먹을까 겁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성형열풍, 외국인에 대한 편견, 민족성 등에서 배타주의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람인 줄 아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는 바야르 씨는 “한국은 교육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며 “무엇보다 선진국과 개도국 등 나라를 서열화해서 차별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외모가 한국 사람과 비슷해서 그런 소리 안 듣지만 동남아에서 온 친구들은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걸 봤다. 가슴아픈 이야기”라며 “백인에게 우호적이고, 동양인은 일본인이 아니면 낮게 평가하는 면이 있다. 몽골에서 왔다고 하니, ‘몽골은 못사는 나라인데 한국에 유학 올 정도면 집이 부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씁쓸해했다.

하태경 대표도 “10년 전에 아는 미국인 영어 강사가 한국인 여대생와 사귈 때 같이 팔짱끼고 걸어가다가 봉변을 당한 적이 있다”며 “남학생들이 여대생을 원색적으로 욕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반대의 경우였어도 그런 반응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한국인의 DNA 속에 인종 배타주의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이어 “길림에서 유학할 때 외국인들과 사귀는 중국 여성들에 대해 누구 하나 뭐라고 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그때 중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경제력이 낮을 때인데도 인종적 개방성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선진국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상햇다.

특히 한국 사회가 피부색이나 인종, 출신 국가 등에 따라 외국인을 서열화해서 본다는 것에는 참석자 전원이 모두 동감했다.

바야르 씨는 “제가 몽골에서 어떤 지위에 있었고, 어떤 일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피부색이나 출신국가에 따라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라고 하면 낮게 보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나나 씨도 “외국인 친구가 여럿 있는데, 가장 친한 친구가 태국 친구”라고 운을 뗀 뒤 “그 친구네 집에 가면 비행기가 있을 정도로 부유한 친구인데, 명동에 같이 갔다가, 길을 물어보는 친구를 대놓고 ‘저거 뭐냐’고 무시하는 소리를 들었다. 당혹스러웠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하 대표는 “한국인들의 이미지 속에 국가별 호감도가 다르다”며 “방글라데시는 가난한 나라니까 좀 낮게 보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왔으면 선호도가 올라간다”고 꼬집었다.

정재현 씨는 우라나라과 중국에서 이방인으로 겪었던 일들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맞닥뜨리는 편견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18살까지 북한에 살면서 뉴스나 영화 외에 외국인을 직접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인을 서열화해 보지는 않는다”며 “더욱이 중국 내에서나 한국사회에서 탈북자의 위치는 낮지 않나. 외국인을 서열화해 보면 내가 더 비참해져서 서열화해 생각하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 씨는 “심지어 중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인 점을 악용해 깡패들에게 개패듯이 맞은 적도 있다”면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바야르에 말에 동감을 표명하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탈북자나 북한에 대한 관심이 없는데 탈북자들 앞에서는 밝게 웃고 눈물을 글썽이다가도 돌아서면 외모나 패션감각 등을 노골적으로 비난한다”고 말했다.

두 이방인은 또 한국인이 다소 소모적, 전투적인 면이 있고. 감정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데다 외형과 형식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합리적인 선택과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야르 씨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너무 소모적인 것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자기 돈으로 피부미용에 얼마를 쓰는가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고, 정씨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여유도 없어 보이고 지나치게 전투적이다. 쓰레기 매립이나 방사물 폐기장 건설을 두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것이나, 이념·정치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전쟁에 임하는 용사처럼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 대표는 “좌·우파 모두 자신들이 약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재벌들도 혼자라고 생각한다”며 “크게 소리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 소리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여겨 전투적이 된 것 같다.” 평가했다.

한국의 배타주의적인 면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친일’에 관한 태도라고 두 사람은 지적했다.

바야르 씨는 “몽골에서 일본어를 공부했다니까 ‘그런 나쁜 나라 말을 왜 배우느냐’고 하더라. 그런데 이게 과연 친일을 했다고 할 만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나 역시 중국에서 유학할 때 한국 학생들이 일본 학생들에게 대놓고 욕하고 비난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일본의 극우를 지원하게 만드는 매커니즘을 형성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성형열풍으로 대변되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하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외모가 경쟁력이 될 수 있지만, 외모만을 강조하는 풍조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바야르 씨는 “몽골은 능력우선주의라 능력이 있으면 승진도 빠르고 능력이 없으면 30년간 한 곳에 머무르기도 한다”며 “그런데 한국은 외모를 너무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북한도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쌍꺼풀 수술이나 보톡스 등 성형 열풍이 불었다. 여성의 외모가 경제적인 수입이나 신분 상승과도 어느 정도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너무 노골적으로 외모를 중시한다”고 동의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나서 자라온 이들도 공감하는 것이었다. 김나나 씨는 “취직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하 대표 역시 “명품이나 성형열품 등 ‘보여주기 풍조’는 과거에도 있었다. 문제는 더욱 상업적으로 형식과 외형을 중시하는 문화로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우리가 깨닫지 못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며 “당장 결론을 내리자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오늘의 자리가 다문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열린사고와 마음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길 마란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19 © 경기글로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