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뉴스

객사한 '코리안드림'…빈건물서 자다 뇌출혈死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602회 작성일 11-10-29 00:26

본문

객사한 '코리안드림'…빈건물서 자다 뇌출혈死
직장 잃은 외국인노동자 빈털터리로 거리 내몰려
 매일신문
 
 
 
  사진 1996년부터 16년간 운영됐던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외국인 근로자 쉼터. 몇 년 전부터 운영난에 시달리다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10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한 건물에서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A(37) 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2008년 입국해 경산시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최근 직장을 나와 도심을 떠돌았다. 노숙 생활을 했던 그는 과거 외국인 노동자 쉼터로 쓰였던 빈 건물에 들어가 잠을 청하다 뇌출혈로 숨진 것.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은 노숙자로 전락,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거리로 내몰리는 외국인 노동자

이달 14일 남루한 행색으로 대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일대를 떠돌다 남부경찰서로 오게 된 중국인 B(53) 씨. 그는 3년 전 방문동포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왔지만 보증인이었던 삼촌과 연락이 끊기면서 전국 각지를 떠돌아다니는 처지가 됐다. 입국 초 돈을 많이 벌어 고향에 돌아갈 부푼 희망을 안고 닥치는 대로 일했고, 강화도에서 새우잡이배까지 탔지만 쫓겨났다. 다급해진 그는 한 달 전 무작정 대구로 왔다. 하지만 그는 일자리를 못 구해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 나흘 동안 터미널 일대에서 잠을 청하던 B씨는 인근 주민에게 발견돼 경찰서로 왔다.

B 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겨우 대구이주민선교센터에서 당분간 머물게 됐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외국인들을 위한 쉼터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대구시, 구청, 대사관 등 여러 기관에 연락해 봤지만 머물 곳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도심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하면서 객사하거나 건강상 위험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지만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 등 복지 시설은 전무하다.

◆있던 외국인 쉼터도 문 닫아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는 민간단체는 7곳 정도다. 이들 단체는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 고충 상담과 일자리 알선 등을 돕고 있지만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시는 이 중 5곳에 9천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인건비와 각종 행사비로도 빠듯한 실정이다.

1996년부터 운영됐던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의 경우 최대 50명까지 머물 수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터 운영난에 시달리다 지난 3월 건물이 팔리면서 문을 닫았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 고경수 센터장은 “현재 몇몇 민간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는 몇 사람이 머물 수 있을 정도로 소규모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갈 곳을 잃고 떠도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또 다른 사회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진희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외국인 근로자는 점점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복지 대책은 걸음마 수준”이라며 “민간단체 위주로 이뤄지던 지원을 이제는 제도화시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계속 방치할 경우 범죄 등 각종 사회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19 © 경기글로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