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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외국인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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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709회 작성일 11-07-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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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외국인 혐오

    •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조선일보 2011-07-27   YR2   [A34면]

 

김연수의 단편 '모두에게 복된 새해'에서 '나'의 아내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어느 날 아내를 만나러 온 인도사람 싱이 '나'에게 서툰 우리말로 푸념한다. "저는 매일 터번을 쓰지 못하겠어요. 한국사람들(이) 안 좋아합니다. 버스에서 술 취한 사람들, 알 카에다(라고) 말합니다. 버스에서 개X들 있습니다. 그치?" 이 소설이 나온 2006년 국내에 사는 외국인이 90만명을 넘어섰다.

▶5년이 지나 외국인 거주자는 인구의 2.7%, 130만명에 이른다. 40%나 늘어났다. 외국인에 대한 경계와 반감도 버스 속 욕설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월 어느 국회의원이 불법체류자 자녀도 교육·의료 혜택을 받게 하는 법을 발의하자 사무실로 남자 네 명이 찾아왔다. 다문화 포용정책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왜 이 법안에 반대하는지를 한 시간 넘게 얘기했다.

▶다섯 개쯤 되는 반(反)다문화 단체들은 외국인이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르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올해 초엔 방글라데시대사관을 찾아가 국내 방글라데시인들에게 범죄 예방교육을 시키라고 요구했다. KBS 앞에선 "다문화가정에 대한 환상을 부채질하는 프로그램을 자제하라"고 했다. 작년엔 고용부 홈페이지에 '이슬람 국가를 노동 송출 국가에서 제외시키라'는 글 1500여개가 오른 일도 있다.


노르웨이 테러가 터지자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반(反)외국인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이 잇달고 있다. "한국도 '다문화'를 포기하지 않으면 저 꼴 난다"는 식이다. 광기 어린 살인자 브레이빅이 범행 직전 공개한 글에서 한국을 "본받아야 할 모델"로 꼽았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는 "한국은 이민자 유입 없이 경제 발전에 성공했다" "살기에 안전한 단일문화 국가"라고 했다.

▶유럽의 이주민 비율은 노르웨이·독일 11%, 프랑스·영국 7%, 스페인 6% 선이다. 우리는 아직 3%가 안 되고 그중 40%가 중국동포다. 아랍 속담에 "내 피부색보다 내 미덕이 무엇인지 물어다오"라고 했다. 인간을 잔인하게 만드는 편견 중에 가장 맹목적인 것이 인종 편견이다. 닫힌 마음으로는 대한민국이 글로벌시대에 계속 발전해갈 수가 없다. 다만 우리 이주민정책이 큰 그림을 갖고서 추진되고 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적절한 이주민 총량에 대한 연구와 관리가 필요하다.

 
 
기고자: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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