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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다문화와 소통합시다> ⑧ 부모부양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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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56회 작성일 10-12-0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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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양은 장남만이 아닌 모든 자녀의 공동 의무"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장남만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처음에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성평등 개념이 어릴 때부터 몸에 밴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중국 출신의 이주 여성들은 한국에서 부모 부양을 효도와 동일시하며 장남이 부모 부양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한국 특유의 전통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한다.

캄보디아 출신의 이리나 씨는 "캄보디아는 모계 전통이 강해 결혼하면 대부분 처가에서 산다"면서 "캄보디아 출신의 새댁들이 한국에 와서 모국과는 정반대인 혼인 풍습과 문화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일본 출신의 이주 여성인 엔도 히로미 씨는 "장남이 부모를 부양하고, 유산의 상당 부분을 물려받는 풍습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일본인 신부를 자주 봤다"면서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아들이나 딸이나 모두 같은데 그 부담은 유독 장남에게 집중된다"고 꼬집었다.

엔도 씨는 이어 "효도라는 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가 지키고 존중해야 할 것이나 한국에서처럼 유독 장남과 맏며느리에게 강조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이 문제는 모두가 다시 한번 생각하고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자식들이 아들 딸 구분없이 형편이 나은 쪽이 부모 부양을 맡으며 전체적으로 보면 아들이나 딸이 반반씩 맡는다고 한다. 여유 있는 집안은 하인을 둬 부모를 모시게 한다고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들은 전했다.

중국도 사회주의 혁명 이후 성평등 교육이 확산하고 1가구 1자녀 출산 정책에 따라 부양 의무가 아들에게만 편중돼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이주 여성은 남편과 나이 차가 10살가량 나고, 대부분 농촌에 살며, 시부모와 동거하는 경우가 많아 장자 중심의 유교적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크고 대를 이어야 한다며 시부모가 자손 출산을 심하게 재촉한다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전한다.

자녀 출산이 남편은 물론 시부모와의 관계를 튼실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권미경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상담팀장은 "농촌에 사는 이주 여성은 생각지도 못한 유교적 가부장제 압력 탓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다"며 "효도를 빙자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를 여성에게 강요하기에 갈등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권 팀장은 "국제결혼, 특히 사회주의 국가 출신의 여성과 결혼할 때는 예비 남편에게 성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여성관을 알려주고, 그 나라의 혼인 풍습을 숙지할 수 있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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