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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다문화와 소통합시다> ⑤ "지는 게 이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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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86회 작성일 10-12-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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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 강한 우즈벡 아내 '한국화 과정' 외조記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원래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은 주관이 강한 편이에요. '한국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잘 달래고 포용하며 살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양주시 고읍동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이대호 씨는 5개월 전 친구 소개로 우즈베키스탄 여성 부타예마 말러하트(31) 씨를 만나 결혼한 뒤 언어 소통도 안되는 데다 고집 불통인 아내와 신경전을 벌이느라 한동안 막막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주한 우즈벡대사관 영사에게 하소연했다가 이런 훈수를 들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탓인지 불러도 대답조차 안해 몹시 속이 탔다는 것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대뜸 "좀 더 인내하면서 무조건 잘해주면 아내도 감동한다"며 '우즈벡 여성 상대 요령'을 들려주더라는 것.

이 관계자는 구소련 위성국이었던 우즈벡이 남녀평등 의식 등 사회주의적 전통이 남아 있는데 한국 남성들은 가부장적 권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충돌이 잦다 보니 자국 여성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먼저 다가서는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조언했다고.

이 씨는 이런 조언을 토대로 ▲아내에게 요구하기 전에 먼저 해주고 ▲화가 나면 아내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충돌 위험이 있으면 먼저 피한다 등 Ɖ대 먼저' 원칙하에 '아내(국가)가 내게 무엇을 해줄지 묻기 전에...'라는 존 F. 케네디의 유명한 경구처럼 '지아비 솔선' 모드로 실천한 결과 2∼3개월 후 아내가 표정도 밝아지고, 웃음도 되찾는 등 180도 달라졌다는 것.

그는 또 아내의 적응에 제일 중요한 게 언어라고 판단해 포천 다문화네트워크(대표 신상록)의 다문화교실에 데리고 가 공부를 시키고 집에서도 '한국어 조교' 역할을 열심히 했다. 아울러 아내가 힘들게 '한국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 요리와 청소 등 집안 일을 도맡아 하다보니 아내가 크게 감동하더라며 "신혼생활 150일 동안 위태위태했던 순간이 많았는데 잘 극복해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즈벡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의 80%가 이혼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즈벡 여성의 이혼율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다이내믹한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때문인 것 같다"며 "저도 좀 더 참아내지 못했으면 멋진 아내를 잃을 뻔 했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그는 한국으로 시집오기 전 우즈벡 수도 타슈켄트의 한 제약회사에서 약사로 재직했던 아내가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또 다른 이유로 한국의 TV드라마 속의 도시 모습과 시골에서 신혼생활을 하는 자신의 경우와의 괴리감 때문으로 보고 틈나는 대로 아내에게 서울 등 주요 도시 체험을 시켜주고 있다. 또, 한국어학교에서 만난 중국 여성들을 집으로 초대해 친구도 만들어주고 함께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쇼핑하면서 사회성도 키워준 덕분에 아내가 심신이 크게 안정됐다고 이 씨는 생각한다.

아내 말러하트 씨는 요즘은 설겆이나 청소 등 집안 일을 찾아서 하고 과거와 달리 집으로 놀러오는 남편 친구들을 웃는 얼굴로 대하고, 한국 요리를 정성껏 만들어 접대하고 있다고.

말이 통하지 않아 그동안 필담으로만 뜻을 주고 받는 등 '대화가 필요한' 부부였던 두 사람은 요즘 한국어와 영어, 러시아 사전과 교재를 펼쳐 놓고 서로에게 언어를 열심히 가르쳐준다. 그는 어렵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되자 요즘 부쩍 향수병이 도진 아내를 데리고 올 여름에 우즈벡을 다녀올 생각이다.

duck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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