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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다문화와 소통합시다> ③ 결혼예단과 지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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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397회 작성일 10-12-0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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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결혼문화' 강조 결혼이주민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중국 출신의 결혼이주 여성들인 쩡밍슈(46), 왕젠(王建.37), 박춘희(48) 씨는 "중국에서는 보통 예비 신랑들이 '지참금'을 들고 와 신붓감을 데려가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예비 신부들이 막대한 비용의 혼수비를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 이해가 안간다"며 "국제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과소비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건전한 결혼문화가 정착되도록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쩡밍슈 씨. 2010.4.26 duckhwa@yna.co.kr

혼수비 부담 커..중국서는 신랑이 '지참금' 지불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딸들이 아직 어리지만 나중에라도 막대한 혼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막막하기만 해요."

지난 94년 한국으로 시집 온 중국 여성 쩡밍슈(46.서울 상계동) 씨는 25일 "혼수 문제로 파경', '고부갈등 심화' 등 언론 보도를 볼 때면 벌써부터 10대인 두 딸의 장래가 걱정된다"며 "다문화 가정이 늘어난 만큼 결혼 풍속도도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쩡 씨는 "결혼 당시 남편이나 시댁 식구 누구도 결혼 예단 등 혼수에 대해 얘기하지 않아 양국 간 결혼문화의 차이가 이토록 큰 줄 몰랐는데 TV 연속극 등을 통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며 "한국사회에 웬만큼 적응하더라도 딸 출가시킬 걱정거리가 새로 늘어날 것 같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쩡 씨는 "중국에서는 보통 예비 신랑들이 '지참금'을 들고 와 신붓감을 데려가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예비 신부들이 막대한 비용의 혼수비를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 이해가 안간다"며 "부모도 20여년 간 온갖 고생을 하며 키운 딸들을 값비싼 예단에 묶어 시집보내려면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농촌 지역의 이주여성 중 결혼 예단의 중요성을 헤아리지 못해 시댁식구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주여성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재중동포 박춘희(48.서울시 방화동) 씨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한국에서 14년째 살고 있지만 신부가 결혼예단 등 막대한 혼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을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며 "국제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건전한 결혼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랴오닝성 선양(瀋陽) 출신의 박 씨는 "선양은 한족 중심의 사회이어서 신부들이 오히려 지참금을 받는데 한국에서는 혼수문제로 신랑과 신부가 다투는 것이 참 신기했다"고 말했다. 선양에서는 보통 예비 신부는 혼수를 장만하지 않고 오히려 약혼식 때 신랑에게서 2천∼3천위안(한화 약 30만∼45만원)을 받아 부모에게 선물로 전달하며 결혼식 비용도 대부분 신랑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박 씨는 "물론, 가정 형편이 괜찮은 예비 신부는 시댁이 보내온 지참금으로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마련해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참금'을 친정에 주고 본인은 빈 몸으로 간다"고 말했다.

지참금은 지역마다 다르고, 또 혼인을 하는 양가의 형편에 따라 결정되는 게 일반적인데 지난 70년대에는 신부가 미인일 경우 액수가 높아지던 관습도 있었다고 한 중국 여성은 소개했다.

서울시 오류동에 사는 중국 산둥성 출신의 한족 여성 왕젠(王建.37) 씨는 '지참금의 성격'에 대해 색다른 설명을 해줬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이 시집을 간 뒤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기 위한 수단으로 일정액을 요구했다가 결혼식을 마친 뒤 그대로 돌려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왕 씨는 "로마에 가면 로마인처럼 행동하라'는 말처럼 결혼 이주민들이 한국인들의 생각에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전제, "하지만 우리도 좀 더 당당한 태도로 과도한 혼수비용 등 한국사회의 문제점들에 맞서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뒀다는 왕 씨는 그러나 "저는 며느리들을 맞아들일 때 '일정 수준'의 예단을 당연히 요구할 거예요"라며 함박 웃음을 지은 뒤 곧 바로 "농담이예요"라고 덧붙였다.

duck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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