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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다문화와 소통합시다> ② 절하는 법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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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274회 작성일 10-12-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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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며느리 절 안 한다 한탄하지만

"베트남에선 죽은 이에게만 절 해요"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베트남 출신의 이주 여성으로 귀화 한국인인 이은정(38) 씨는 15년 전 한국인인 남편과 결혼식을 앞두고 예비 시누이의 집을 찾았다가 절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면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베트남에서는 죽은 이에게만 절을 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절하면 그가 빨리 죽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라고 이 씨는 설명했다.

"시어머니를 뵈면 절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절하는 법을 배우는데…. 내심 크게 당황했어요. 그때는 한국말도 제대로 못 했던 탓에 죽은 이에게만 절한다는 베트남 문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거든요."

이 씨는 이어 "몸을 엎드려 절하는 게 한국 고유의 풍습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어요. 베트남에서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게 전부"라며 "종교적인 이유만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살아있는 이들끼리는 합장하는 식으로도 인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예비 시누이가 격식에 맞춰 제대로 절을 해야 집안 교육을 잘 받은 교양있는 신부로 비치고, 그래야 시부모가 예뻐한다는 말을 하자 이 씨는 무조건 따라 했다. 하지만, 불편했고 그 뜻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 이주 여성의 고충을 전화로 상담하는 일을 하는 그는 이따금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으로부터 비슷한 사례로 겪은 어려움을 듣는다.

"한번은 한국인 시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베트남 며느리가 절을 안 한다고 한탄하더라고요. 그래서 베트남 풍습과 문화가 그렇다고 설명했고,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무시하는 게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그제야 조금은 수긍하는 눈치더라고요."

그는 또 결혼식 때 폐백 과정에 대해서도 문화가 다른 이주 여성일 경우 미리 설명을 해주는 식으로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는 대추를 건네주기에 그냥 씹어 먹었거든요. 자식을 많이 낳으라는 뜻에서 대추와 밤을 치마 폭에 던져주는데 저는 그것도 몰랐어요."

이 씨는 "그 이후 명절 때 세배하면서 절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 의미도 이해하지만 처음에는 크게 당황했다"며 "절하는 게 한국만의 풍습이고, 다른 나라에선 그런 절 풍습이 없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는 절 풍습은 한국과 일본에 남아 있는 인사법이다. 중국 왕조 시대에 황제를 볼 때 세 번 무릎 꿇고 머리를 아홉 번 바닥에 대는 고두(叩頭)가 있다. 이슬람과 불교에서는 종교의식에서 무릎을 꿇고 절한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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