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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다문화와 소통합시다> ① 무슬림과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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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70회 작성일 10-12-0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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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출신 다문화 교사 안나씨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인도네시아 반둥 출신의 안나 쿠스마(44) 씨. 지난 2002년 서울 시내의 한 중학교 교원과 결혼해 입국한 그는 2009년 서울교대에서 이중언어 교사 연수를 받은 뒤 현재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가정과 일반 가정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지도를 하고 있다. 2010.4.14 duckhwa@yna.co.kr

"한국에서는 한국식으로' 종용, 마음 고생"

(※편집자 주 = 외국인 거주자가 2007년 10월 100만명을 돌파한 후 최근 120만명에 도달, 본격적인 다문화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연합뉴스 한민족센터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다문화와 소통합시다'라는 제목으로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11일 '무슬림과 돼지고기'를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 한 차례씩 '시래기를 쓰레기로 알았어요', '어른 밥은 나중에 풉니다', '버릇없는 X식의 욕만큼은 제발..' 등 20건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한국에 온 이상 한국인 행세를 해줬으면... 모든 걸 바꿔봐요."

"계속 이러시면 이혼할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인도네시아 반둥 출신의 안나 쿠스마(44.서울시 상계동) 씨는 수 년 전만해도 시댁 식구들로부터 돼지고기 요리와 시식 등 종교(이슬람교) 규율에 어긋나는 일을 강요 당할 때면 눈 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지난 2002년 서울 시내의 한 중학교 교원과 결혼해 입국한 쿠스마 씨는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모국에서 비교적 엄격한 종교 규율들을 무리 없이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슬람 율법에는 돼지고기를 일절 먹지 않으며 소나 양 등 기타 육류의 경우 도살 후 피를 완전히 빼내고 조리하는 '할랄' 방식으로 도축된 것만 먹도록 명시돼 있다.

남편은 결혼 후 금요 기도 등 이슬람 의식 등 종교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해주면서도 유독 가족의 식생활 등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시어머니와 심지어 친척들까지도 "이곳에 순조롭게 정착하려면 한국인처럼 살아가야한다"며 가족들이 좋아하는 제육볶음 등 돼지고기 요리를 종용하곤 했다는 것.

쿠스마 씨는 결국 "착하디 착한 심성"의 남편에게 "식구들이 자꾸 이렇게 압박하면 이혼 여부를 심각히 고려하겠다"며 엄포를 놓아 수 차례 '위기'를 넘겼다고. 그는 이렇듯 종교 문제로 가족들과 갈등을 빚게되자 미안한 생각에 "더욱 부지런하고 착한 며느리가 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어머님을 비롯한 가족들은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결국 제 사정을 이해해주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하시더군요. 지금은 식구들 모두와 아주 친하게 지내요"라고 말했다. 시댁 식구들은 삼겹살이나 술 생각이 나면 외식하는 게 이젠 관례가 됐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인권단체 관계자들도 다른 종교에 대한 포용과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 출신 이주민들은 결혼 이주민이나 이주 노동자를 막론하고 돼지고기 문제로 막대한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이 있는 직장의 사업주나 간부들은 회식 장소 선정시 이들을 잘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모뚜(미얀마) 이주노동자방송국(MWTV) 상임대표는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등 서아시아 출신의 무슬림 근로자들은 직장 동료나 상사들의 강권으로 삼겹살 등 돼지고기는 물론 술까지 마셔야하는 현실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하는 이들이 식생활이나 종교 활동만이라도 편안히 하도록 한국사회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duck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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