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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외국인 근로자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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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330회 작성일 10-11-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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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외국인 근로자의 빛과 그림자

 

지난 10월 26일 서울 근교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오후 6시가 되자 작업을 마친 외국인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현장을 빠져나갔다. 여기저기서 중국어가 들려왔다. 베트남어도 간간이 들렸다. 현장 사무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체 인력의 10% 정도라고 했지만, 막상 퇴근 시간에는 한국인 근로자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건설현장에서 만난 김 씨는 “예전에는 현장 인력 중 외국인이 3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 비율
이 50%를 넘어선 상태다. 많게는 외국인이 70~80%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조선족 동포나 베트남인들이다”라고 전했다. 곳곳에 설치된 안전표지판에는 중국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가 함께 표기돼 있었다. 아파트 외벽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에서도 ‘안전은 생명이다’ 아래 ‘An toan la su song’이란 베트남어가 병기돼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지다 보니 건설업체에서도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현장에서 만난 안전관리 담당자는
“아직 중국인 노동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지 않다 보니 안전에 신경을 덜 쓰는 것 같다. 안전모는 착용하고 있지만, 끈을 제대로 채우지 않은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불법 근로자 최대 6만5000명



국내 건설현장에는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일하고 있을까. 동남아·서남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은 비전문취업(E-9)비
자로 입국하기 때문에, 입국 전에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또한 사업지를 이동할 때도 노동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들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이 가능하다.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8월까지 근로계약을 체결한 E-9 외국인은 1만21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문제는 외국 국적 동포들이다. 이들은 방문취업비자(H-2)로 입국한 뒤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자유롭게 이직이 가능
하기 때문에 건설업에 종사하는지, 제조업에서 일하는지 관리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건설현장에 외국 국적 동포가 얼마나 있는지 정확한 숫자를 갖고 있지 않다”며 “대략 6만5000여명이 일하고 있을 것으로 보지만 이 또한 이상적인 수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H-2비자를 발급받았지만 방문취업교육을 받지 않고 불법 취업자로 일하고 있는 중국 동포들이나 비자 자체가 없는 불법 취업자들을 더할 경우, 6만5000명이 훨씬 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전망한 건설현장에 필요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6만8000여명. 건설 근로자 수요에서 내국인 공급을 뺀 숫자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불법 체류자까지 모두 포함해 19만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중 5만명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조선족이라 이들은 제외해야 한다.
따라서 건설현장에는 외국 국적 근로자가 14만명 정도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취업교육을 받은 6만5000여명의 동포들과 1만명의 E-9 외국인을 제외하면, 최대 6만5000명의 불법 취업자와 불법 체류자가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인 건설 인력 인건비만 최대 2조8000억원

외국인 근로자가 적정 규모를 넘어 현장에 공급되다 보니 내국인 근로자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다보니
임금이 하향평준화되고 고숙련 내국인 근로자는 건설현장을 떠나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실정이다. 내국인과 중국동포 간 임금 차이는 1만원 정도. 건설업체 관계자는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의 급여 차이가 크지 않다”며 “특히 숙련공의 손길이 필요없는 부분 즉 노동량으로 승부해야 되는 곳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해주는 게 고마울 정도”라고 말했다.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하루에 받아가는 임금은 10만원 선.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는 7만원대 임금을 받고 있다. 한
건설사 직원은 “보통 인부 임금은 식대를 제외하고 8만원으로 내국인, 외국인 동일하다. 현 틀은 식대 빼고 11만원 이상이다. 부반장급은 13만~14만원이나 경력이 길지 않을 경우 11만원 정도 받는다”고 말했다.

중국 연변에서 왔다는 조선족 한 씨(44)는 “2년 전 한국에 와서 보일러 공사를 하고 있는데, 일일 업무량에 따라 임
금이 달라지지만 보통 10만원 정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여름에 비가 많이 와 지난해보다 근로일수가 줄어 7.5개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여 일 10만원을 받는 조선족 근로자는 연 2250만원의 소득을 얻게 된다. 현재 30년 경력을 가진 내국인의 연간 소득도 근로일수가 적어 3000만원 내외를 받고 있는 현실을 보면, 2250만원은 적지 않은 수입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외국인 근로자는 비숙련공일 가능성이 많다. 계산해보면 이들은 대략 연 1575만원을 번다. 실제로
조선족 팀장의 경우 연 1500만원을 벌었다고 하니 숙련공이든, 비숙련공이든 연간 수입은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까지는 조선족 동포들의 얘기다.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E-9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일반 외국인 근로자들은 월 1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시간외수당 등으로 10만~20만원을 더 벌어들이는 정도라 일반 외국인 근로자들의 연간 소득은 10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건설현장에서 매년 1000만~2000만원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총 14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총 1조4000억~2조8000억원이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로 지급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대 6만5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불법 취업자와 불법 체류자들에게 인건비가 제대로 지급되기나 하는 것일
까. 불법 취업자와 불법 체류자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인건비를 6500억~1조3000억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고용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직종별로 인원 수와 명단만 관리하는 건설업체가 많다. 시장참여자 제도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일부 업체에서는 팀 반장을 통해 임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불법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가 건설사 회계장부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 건설업체의 비자금 마련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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