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뉴스

결혼이주 여성들, 세상 읽기 '후끈'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415회 작성일 10-11-09 11:14

본문

<결혼이주 여성들, 세상 읽기 '후끈'>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결혼이주 여성들에 말만 가르치기보다 한국사회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안목을 길러주는 모임도 있다.

   인천시 부평구 한국이주인권센터가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함께 읽는 한국사회'가 바로 그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문 기사를 읽고 그 내용에 나눈다. 각 언론사가 다문화를 주제로 쓴 기획시리즈가 '텍스트'다. 혼인으로 이 땅에 살게 된 여성들이 가장 관심있는 분야가 다문화 또는 이주민이기 때문이다.

   시집온 지 10년이 넘은 이도 있지만 대부분 신문에 나오는 전문용어를 이해할 만한 수준엔 미치지 못해 기사를 한 단락, 한 단락 읽어내려가면서 일단 모르는 단어 풀이부터 시작한다.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독해'가 마무리되면 이제부턴 그 기사가 다룬 주제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제시한다.

   7개월간 모임 가운데 참여자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시간은 지난달 말 결혼이주의 여성의 취업과 자녀 교육 문제를 다룬 기사를 읽었을 때였다.

   자식 걱정은 매한가지로 결혼이주 여성들은 현재의 다문화가정 2세 교육에 대한 정부 정책에 비판의 언사를 쏟았다.

   이들의 주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특별대우'하지 말아 달라는 것. '다문화'란 '딱지'를 붙이고 분리교육을 시키는 것은 차라리 '왕따 교육'이라고 성토했다.

   이주인권센터가 결혼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이 같은 시사모임을 만든 것은 국내에서 이주민이 본격적으로 유입된 지 십몇년이 넘었지만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최현모 이주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최근 정부 정책이 다문화 방향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는 이들을 빨리 한국인화(化)해 한국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이주민으로서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주민들의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며 모임 취지를 설명했다.

   이주인권센터는 현재 1기생들의 우리말 실력과 시사 안목이 향상되면 시사평론집을 같이 읽고 자신들의 의견들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는 일도 할 계획이다.

   나아가 서울ㆍ수도권 지역 이주민지원단체에도 이 프로그램을 제안해 '자기 인식'을 지닌 이주민들의 연대체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최 사무처장은 "이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워 위축돼 있지만, 전환적인 상황이 오면 건강한 시민으로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11-08 14:47  송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19 © 경기글로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