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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중개업소에 속고… 남편 폭력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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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34회 작성일 10-11-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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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중개업소에 속고… 남편 폭력에 울고…

결혼중개업소에 속고… 남편 폭력에 울고…

"악몽의 나날 끝이 안 보여요"
.#. 결혼한 지 7년 된 베트남 여성 낭띵충엉(36ㆍ가명)씨. 술만 먹으면 사람이 변해 주먹을 휘두르면서 "네 집으로 돌아가라. 애들은 만질 생각도 하지 마라"고 막말을 일삼는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6월 집을 나왔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딸 때문에 참아 왔지만 몇 년 째 지속되는 폭력은 그를 길거리로 내몰았다.

#. 중국 여성 호우란팡(25ㆍ가명)씨는 남편이 수배자인 줄 모르고 결혼했다. 더구나 이미 국제결혼을 세 번이나 한 경험이 있는 데다 한국인 전처에게서 난 자식이 3명 있는 줄도 까맣게 몰랐다. 그런 사실을 전혀 알려 주지 않은 결혼중개 업체에도 화가 났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걱정만 커지고 있다.

코리안드림을 안고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울고 있다. 결혼중개 업자의 새빨간 거짓말에 울고, 남편의 정신적 육체적 폭력에 또 운다. 가까스로 이주여성보호소의 문을 두드리지만 해결책도 마땅치 않다. 집으로 돌아가려 해도 걱정할 가족들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디서 돈이라도 벌고 싶지만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은 남편 손에 있어 운신하기도 어렵다.


500달러에 뒤바뀐 슬픈 인생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차로두시간 떨어진 농촌마을에 살았던 뚜나루왕(17^가명)양. 언니가 한국 사람과 결혼한다 기에 마냥 좋았다. 하지만 그것은 얼마 후 자신에게 다가올 불행의 씨앗이었다. 채 여섯달도 안된 지금 그는 남편의 폭력과 멸시에 못 이겨 수녀원이 운영하는 한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3월 그의 언니는 한국에서 온 A(54)씨와 결혼중개 업체를 통해 만났다. 그 남자는 언니를 맘에 들어 했고, 결혼은 성사됐다. 하지만 프놈펜 모텔에서의 첫날 밤이 문제였다. 그 남자는 몸이 좀 아팠던 언니와의 잠자리를 문제 삼아 밤 12시가 넘어 자신과 가족이 있는 집으로 부리나케 전화했다. "여자 구실을 못하니, 위약금 500달러를 내든지, 아니면 동생을 보내라"라는 게 A씨의 닦달이었다.

부모가 언니 결혼 때 받은 돈은 200달러. 그 돈의 2배 이상을 물어내라는 협박에 7남매를 둔 부모와 뚜나양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냥 받아들였다. 500달러는 찢어지게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한 가족이 1년 정도는 벌어야 만질 수 있는 큰 돈이다. "프놈펜까지는 너무 멀어 그날 밤 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아침에 갔어요."

그는 그렇게 형부가 될 뻔한 사람과 결혼했다. 혼인신고를 위해 결혼중개 업체가 시키는 대로 정부 서류도 조작해 결혼 가능 연령(18세)보다 두 살 많은 20살로 올렸다. 때문에 뚜나양은 여권상으로 1990년생이다. 한국과 캄보디아 모두의 허술한 국제결혼 절차가 인신매매 수준의 결혼을 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결혼 생활이 행복했다면 집을 나오진 않았다. 한국에 온 남편은 정상이 아니었다. 술에 취해 손찌검하기 시작했고, 모욕과 멸시가 뒤따랐다. "나는 네 남편이 아니다. 밖에서 꼭 형부라고 불러라. 안 그러면 캄보디아에 보낸다"며 아예 부부 관계 자체를 부인했다. 잠자리를 같이하면서도 부부 관계를 부정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이 종종 다른 캄보디아 여성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 것이다. 뚜나양은 그런 날마다 옆방에서 혼자 잠을 청해야 했다. 8월 어느 일요일 그는 몰래 집을 나왔다. 소문에 들으니 남편은 다섯 번째 국제결혼을 한 결혼중개 업체 대표였다.

오죽했으면 살인까지

8ㆍ15 특별사면으로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최근 풀려난 캄보디아 출신의 츠호은릉앵(20)씨. 지난 2년간의 한국 생활은 꿈 많았던 그에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 남자와 결혼하면 끼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주위 말에 20세나 많았던 남편을 만났다. 그 남편은 술을 마시면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둘렀다. 어떤 때는 무릎을 꿇게 한 채 새벽까지 잠을 안 재웠다. 그렇지만 좋은 아내와 며느리가 되고 싶었다. 노력도 많이 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 9개월째인 지난해 1월 말 술에 취한 남편은 임신 3개월째인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배와 옆구리를 마구 때렸다. 그는 자신과 아이를 지켜야겠기에 부엌칼을 들고 남편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위협하다 찔렀다. 남편은 며칠 뒤 숨졌고, 그녀는 징역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츠호은씨는 교도소에서 딸을 낳아 캄보디아 친정으로 아이를 보내야 했다. 출소한 그는 지난주 한국을 떠났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이처럼 고통받고 있지만 문제는 마땅한 탈출구가 없다는 것.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등을 통해 성 학대나 가정 폭력 등의 문제가 접수되지만 이들을 도와줄 마땅한 방법이 없다. 가정 폭력이 심할 경우 보호소에서 잠시 쉬게 할 수 있지만 결국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갖고 있는 남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편의 학대에 맞서 이혼소송을 할 수 있지만 인권 단체에서 도와주지 않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혼 사유를 이주여성이 입증하기도 어렵다.

중요한 건 한국 남편의 인식 개선이다. 결혼이주여성의 이혼소송을 대리하는 김재련 법무법인 다온 변호사는 "혼인 생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책에 집착하기보다는 한국인 배우자에 대한 알코올 중독 및 가정 폭력 치료 등 자질 향상 교육이 더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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