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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다! 지식인 현장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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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812회 작성일 10-10-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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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다! 지식인 현장 리포트]

'왕따' 눈 감은 교실 20년, 소외 동반한 패거리문화 확산… 남을 배려하는 시민교육 나서야

  •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 고동현 문화체육관광부 전문위원
 

[2] [따돌림을 넘어 어울림으로]
가해학생 절반 이상 "장난으로… 이유없이…" 친구들 사이의 폭력, 57%가 "모른 척 한다"

"저를 아예 이 세상에 없는 듯, 투명인간처럼 대하더라고요." 담담히 말하는 A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현우(가명)의 얼굴에는 세상을 적잖이 살아온 사람의 표정 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경기도 안산까지 와서 집단따돌림(왕따) 학생과 인터뷰하는 우리의 심정도 착잡했다.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은데 힘은 안 되고, 맞더라도 참는 거죠. 제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것을 누군가 한순간에 짓밟아 없애는 것 같은 느낌… .내가 그렇게 못난 놈인가…. 아무도 없는 데로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됐어요." "선생님은 제가 왕따를 당하는 줄 전혀 모르셨어요. 선생님 계실 때는 두 얼굴을 가진 애들처럼 착한 척하다가 안 계시면 악마의 탈을 쓴 것처럼 저를 때리고 빼앗고…. 견디다 못해 다른 학교로 전학 갈 때도 왕따 때문이란 말은 하지 않고 아버지 일 때문이라고 했어요." 현우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왕따'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 최근에는 점점 집단화되고 폭력적인 양상을 띠며 일종의 놀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아동(초등학생)의 8.3%, 청소년(중·고등학생)의 3.9%가 집단따돌림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학적으로 왕따는 공동체적 결속감을 빼앗아버리는 행위다. 그것은 폭력적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왕따를 당하게 되면 무기력하거나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기 쉽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말한 일종의 아노미(anomie)를 경험하게 된다.

여러 연구들이 지적하듯이 왕따를 당한 학생이 오히려 다른 학생을 왕따시키거나 공격적 성향을 갖는 문제아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우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6학년 여학생 민지(가명)는 왕따를 당한 후 1년도 되지 않아 학교에서 아주 유명한 말썽쟁이가 됐다. "복수하고 싶었어요. 다른 애를 똑같이 왕따시키거나 힘으로 눌러버리는 거…. 그 담부터는 저를 안 괴롭혀요. 오히려 굽실굽실 거리죠."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이 되고, 다시 새로운 피해학생이 나타나는 '왕따의 악순환'이다.

 

집단따돌림을 낳는 요인은 다양하다. 첫째, 배타적인 또래집단 문화다. 자기와 성향이 다른 친구에 대해 낙인을 찍고 괴롭히는 집단 압력과 동조 현상이 일어난다.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도 자기 역시 왕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방관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2009년 조사한 결과 "친구들 사이에 폭력이 발생해도 모른 척한다"는 학생이 57%나 됐다.

둘째, 지나친 학업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좌절감 등이 공격성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된다. 과도한 경쟁과 입시 교육이 왕따의 배경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부모 및 교사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가해학생의 경우 부모와의 관계가 친밀하지 못하고 가족 사이에 갈등이 많다. 또 부모와 교사의 폭력으로 인한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얼마 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성지고등학교를 찾았다. 대안학교인 이 학교는 전교생 1800여명 가운데 적지 않은 학생들이 이전 학교에서 부적응 문제로 전학 왔다고 한다. 학교를 들어서자 '폭력 없는 친구 사이, 왕따 없는 우리 학교'라는 표어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터놓고 얘기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거려요. 그리고 주입식 교육보다는 대화를 많이 하죠." 김한태 교장은 왕따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사와 학교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런 노력의 하나가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는 모의재판이다. 지난해에는 다문화 가정 학생의 집단따돌림 문제를 주제로 한 모의재판을 열었다. 학생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배역도 맡아 재판을 준비하면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말하고 돌아보게 한 프로그램이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조사를 보면 가해학생의 55%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장난'이나 '이유 없다'고 답해 왕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지고 모의재판 지도교사인 박진철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왕따가 잘못된 거구나' '정말 나쁜 범죄구나'라고 깨닫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학적으로 왕따는 우리 문화의 두 축을 이루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기형적으로 결합된 현상이다. 타자를 배려하지 않은 개인주의는 폭력성을 수반한 자기중심주의로 나타나고, 차이를 존중하지 않은 공동체주의는 소외 또는 따돌림을 수반한 패거리문화로 외화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직장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서 이러한 왕따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왕따로 인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지불해 온 사회적·심리적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개인과 공동체가 생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어울림'의 문화가 창의성 및 다양성을 핵심으로 하는 21세기 사회발전의 중요한 지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어울림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뿌리 내리려면 무엇보다 왕따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사회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첫째, 학교 내에서는 피해학생을 돕는 상담 프로그램, 전담교사, 보호조치를 확대하고, 공정한 규칙에 따라 가해학생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예방교육을 정규 교과과정과 연계하고,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늘려 '왕따 없는 학교'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으로는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중시하는 인성교육 및 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왕따의 사회적 배경인 과도한 입시 경쟁 체제와 배타적인 집단문화를 완화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조선일보·사회통합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기획

 

[이제는 문화다! 지식인 현장 리포트](3) 다문화 가족은 평범한 이웃이다

외국인 새댁 아닌 '옆집 새댁'일 뿐… 무시도 편견도 동정도 금물                                          정진성 이묘량

조선일보 2010-10-28   JH8   [A8면]

 

조선일보·사회통합위원회 &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기획

"남편이 바보 같아요. 매일 무슨 약 같은 거 먹어요. 말도 한 번 안 해요. 무서워요. 이혼하고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한국 중개업자가 결혼에 돈이 많이 들었다고 그 비용을 내야지 갈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도망쳤어요."(탓트후어ㆍ베트남 여성·21) "난 뭘 잘 모르는데 시어머니가 큰소리로 야단쳐요. 그때 남편은 구경만 해요. 남편은 화가 나면 나보고 자꾸 나가라고 해요. 갈 데도 없는데 그러면 막 눈물이 나요."(나르타샤ㆍ캄보디아 여성·22)

한국인 남성도 국제결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늘에 맹세코 때린 적이 없습니다. 신부가 나이도 어리고 나는 두 번째 결혼이고 해서 잘해주려고 했어요. 잠자리를 안 하려고 해도 어려서 그런가 보다 기다렸고, 친정 엄마가 아프다기에 100만원쯤 주었어요. 그런데 외국인등록증 나온 지 며칠 안 지나 짐 싸서 나가버렸어요. 한국에 오려고 거짓으로 결혼했던 것 같아요."(안홍만·52ㆍ농사). 언론에 가끔 보도되는 끔찍한 폭력은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연구팀이 NGO인 '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만난 다문화가족들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자본주의적 세계화가 국가 간에 경제적 격차를 만들면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노동을 위해 이동하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이 결혼을 위해 이주하는 현상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이후 외국인 결혼 이주 여성이 급격히 증가해서, 2009년 전체 혼인건수에서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에 이르렀다. 주로 중국(45%)과 베트남(29%), 필리핀(7%) 등지의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이다. 다문화가족은 남성과 여성 모두 경제적으로 낮은 계층 출신이 많아서, 국가로부터 최저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이 4.9%로 일반 국민(3.1%)보다 훨씬 높다(2009년). 부부간 나이 차이는 2009년 11.1세로서 한국인 부부 평균인 2.2세보다 다섯배나 많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여건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가족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9일 서울 충무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어울림 한마당'에서 만난 필리핀 여성 조세파는 "결혼해서 한국에 온 지 11년 됐어요. 애들은 셋, 초등학교 4학년, 3학년, 1학년이에요. 한국말은 아직 어려워요. 애들이 학교에서 알림장 받아오면 다 이해 못해요. 그래서 어려운 것은 남편에게 물어보면서 해결해요"라고 말했다. 베트남 부인을 둔 윤기홍씨는 몇 안 되는 아버지 참가자 중 한 사람이었다. 윤씨는 "이 사람은 한국말 잘 못해요. 나한테 물어보세요. 결혼한 지 9년 8개월째예요. 애는 둘이고요. 애들은 한국말 다 잘하고, 인제 애들이 엄마를 가르쳐주죠. 학교에서 가정통신문 같은 거 오면 그건 다 내가 해요"라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시의 정내과에 세 살짜리 딸 민주를 데리고 오는 22세 베트남 여성 누엔몽검은 18살 많은 남편과 넉넉지 않은 살림을 하면서도 한국말을 열심히 배워서 일자리를 얻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베트남에서 친정어머니를 모셔다 놓았다. 의사 정진민씨는 "아이를 갓 낳았을 때부터 우리 병원에 다녔는데, 처음에는 한국말도 잘 못하고 아기 배내옷도 제대로 입혀오지 못하고 포대기도 제대로 사용 못해 내가 다 가르쳐 줬어요"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족 모두가 이렇게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들이 결혼중개업 시장에 속수무책으로 던져지지 않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결혼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개선이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다각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여성들을 따뜻한 가정으로부터 유혹해내는 위험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의 체질개선에서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편견은 다문화가정과 그 아이들을 우리 사회의 그늘진 집단으로 만든다. "다문화가정 사람들을 보고 '바보 아냐, 변태 아냐?' 이런 소리 하는 걸 자주 들어요." 서울 동신초등학교의 이중언어 강사인 몽골 출신 비얌바 도우람 선생님의 말이다.

다문화가족이 사는 모습도 우리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이들을 우리의 평범한 이웃으로 보는 인식이 다문화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이주 여성들에 대해 처음엔 멀리서 온 외국인 며느리라고 측은해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똑같이 옆집 며느리가 되는 것 같아요." "한국 엄마들하고 마찬가지로 아이들 키우는 데 관심이 많죠.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 아이들이 말이 늦지는 않을까 걱정이죠." 약 900가구의 다문화가정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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