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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선 - 보이지 않는 ‘이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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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73회 작성일 22-03-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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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이민정책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2022.03.07 03:00

선거 열기가 뜨겁다. 지난주 치러진 사전투표 투표율이 36.93%를 기록했다.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된 2014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한다. 지난 19대 대선 사전투표율(26.06%)과 비교해도 무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사람들이 몰리는 선거 당일을 피해 미리 투표소를 찾은 사람이 늘어난 측면도 있겠지만, 추운 날씨에도 일찍부터 투표소 밖으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엔 지난 선거와 다른 긴장감이 팽팽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운동 기간 동안 편 나뉜 민심을 다시 하나로 모으기 위한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투표하기 전 마지막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낸 선거 공보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다양한 후보들의 공약 속에서 이주민·외국인·다문화 관련 정책을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여러 번 꼼꼼하게 살펴보았지만 아쉽게도 선거 공보물에 이주민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담은 후보는 없었다. ‘이주민또는 ‘750만 재외동포, 240만 다문화가족을 언급한 후보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책이나 공약은 찾을 수 없었다. ‘경제’ ‘공정’ ‘복지등 후보들의 슬로건 속에 공존’ ‘인권’ ‘차별금지와 같은 사회적 담론의 비중도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제한된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아야 하는 선거 우편물에 후보의 모든 정책을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공보물에 담기지 않았지만, 지난 선거운동 기간 동안 몇몇 후보들은 이주민 관련 세부 정책을 직접 발표하거나 정책 협약의 형태로 공약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에서조차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질적 변화가 생겨나고 있는 현장인 이주·다문화 사회와 관련된 관점과 정책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하고,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과 같이 혐오 선동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걱정스럽다. 3번에 걸쳐 이뤄진 법정 TV토론회에서도 후보들 사이에 이주·다문화 정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10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 5년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사실 중 하나가 바로 다문화·이민사회로의 전환이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11월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는 외국인을 포함하여 5183만명이고, 이 중 외국인 인구는 170만명이었다. 광주광역시 인구(150만명)를 넘어섰다. 행정안전부는 통계청 조사 결과를 활용하여 외국인 인구뿐만 아니라 귀화 등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외국인 주민의 자녀등 이주 배경 인구의 숫자를 포함한 외국인 주민 수를 발표하는데 같은 시점 기준 총 214만명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인구의 약 4.1% 수준이다. 외국인 주민 숫자는 2006년 통계 발표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처음으로 감소했다. 팬데믹이 진정되면 그 숫자는 다시 늘어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주 배경 인구가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하는데, 다음 대통령 임기 내에 우리나라도 공식적인 다문화·다인종 국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이주민의 인권이 보장되고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민정책이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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