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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외국인 어업 노동자 없으면 밥상에 생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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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07회 작성일 22-03-0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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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어업 노동자 없으면 밥상에 생선도 없다

이동열 기자 (dyl@idomin.com) 20220228일 월요일

 

니코 씨, 11년 전 인도네시아서 한국행

거제시 장목면 수산업체에서 조업

경남에 이주노동자 5300여 명

통영·사천·거제·남해서 종사

코로나로 인력 구하기 어려워

방역 조치로 입국 정상화 추진

 

오늘 밥상에 오른 생선을 잡은 이는 외국인 어선원인지도 모른다. 국내 수산업 분야 종사자들이 고령화하고 신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족한 일손은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


수산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전국적으로 1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이 가운데 어업기지 경남에는 5300여 명이 어선과 양식장 등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 외국인 어선원 없이는 '잡는 어업도, 기르는 어업도' 할 수 없다. 어업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들어보고 국내 이주 어선원 현황을 살펴봤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니코 씨 = 인도네시아 자바섬 수라바야에서 온 니코(41) 씨는 거제시 장목면에 있는 수산업체 삼양수산에서 일한다. 그는 어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고추 등 농사를 짓다 돈을 벌려고 2011년 우리나라에 왔다.


2011년 당시 니코 씨처럼 가족 생계를 위해 인도네시아 노동자 170명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중 40명이 거제로 왔는데, 남은 사람은 니코 씨뿐이다. 그와 함께 입국한 이들은 벌써 본국으로 돌아갔다.


니코 씨 주된 일터는 정치망(한곳에 그물을 쳐 놓고 고기 떼가 지나가다가 걸리도록 하는 어업)이다. 멸치·대구·잡어 등 여러 물고기를 잡는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그물에 걸린 생선을 잡아올리고, 항구로 돌아와서는 잡은 생선을 위판장에 보낸다. 멸치를 쪄서 말리거나 그물 등 어구를 손질하기도 한다.


삼양수산에는 니코 씨 말고도 이주노동자가 3명 더 있다. 모두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다들 일한 지 5년 이상 된 숙련자들이다. 니코 씨는 삼양수산에서만 줄곧 일한 터줏대감이다. 맏형 역할을 하면서 동료를 이끌고 있다.

니코 씨가 10년 넘게 한곳에서 일하는 건 '성실 외국인 근로자 재입국 제도' 덕분이다. 사용자가 취업 기간(3+110개월 연장) 사업장 변경 없이 일한 이주노동자를 계속 고용을 희망하면 출국 3개월 후 재입국해 종전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사용자와 이주노동자 뜻이 맞아야 하기에 서로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 니코 씨가 업주에게 인정을 받아 가족처럼 지내며 장기근속하는 이유다. 그는 한국 생활에 적응해 힘든 점은 없다고 했다.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착실히 급여를 송금한다. 그동안 흘린 땀방울만큼 살림도 나아졌다. 농사지을 너른 땅과 차를 사고 집도 새로 지었다. 아내는 미용실을 개업했다. 그가 꿈꾸던 코리안드림을 하나 둘 이룬 셈이다. 이는 함께 일하는 동료 이주노동자들에게 동기 부여로 작용해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니코 씨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통화로 달랜다. 어린 아들은 어느새 13살이 됐다. 예전에는 1년에 한 번씩 휴가를 내 가족을 만났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출입국이 힘들어지면서 2020년부터 고향에 가지 못했다. 이처럼 코로나 상황은 이주노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니코 씨는 "코로나 때문에 인도네시아에도 마땅히 일할 만한 데가 없다""여기서 3~4년 더 일한 후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면 예전처럼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둘순(60) 삼양수산 대표는 "한 번도 급여가 밀린 적이 없다. 우리 살림을 살아준다는 고마운 생각으로 자식 같은 마음으로 외국인 직원들과 가족처럼 지낸다. 니코는 아들이나 마찬가지"라며 "코로나 상황을 봐서 올해는 휴가를 보낼까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사무총장과 거제분회장도 맡고 있다.

 

외국인 선원 경남에 가장 많아 = 니코 씨처럼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수산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어선 규모에 따라 20t 미만 어선과 양식업 등은 고용허가제(E-9 비자), 20t 이상 어선은 외국인선원제(E-10)가 적용된다.

 

비전문직 취업비자(E-9)를 받은 이주노동자는 어업을 비롯해 제조업(노동자 300인 미만 혹은 자본금 80억 원 이하), 농축산업, 건설업, 서비스업(건설폐기물 처리업 등 5개 업종)에 종사할 수 있다. 선원 취업비자(E-10)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20t 이상 어선에서만 일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수협중앙회 자료를 보면 외국인 어업 인력은 E-9 비자 5678(2021년 말 기준), E-10 비자 9076(20219월 기준)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선원(E-10)만 놓고 보면 전국에서 경남이 2035명으로 가장 많다. 대형 선박으로 조업하는 조합이 다른 지역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어 경북 1539, 전남 1405, 제주 1360, 부산 1183, 충남 683, 강원 435명 순이다. 전북(151경인(146울산(139)지역에는 150명 안팎이다.


외국인 선원 규모는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부침을 겪고 있다. 최근 5년간(2017~2021) 외국인 선원은 20178484, 20189733, 2019132명으로 늘었다가 20209793명으로 줄어 지난해까지 감소세가 이어졌다. 외국인 선원 국적은 인도네시아(4266), 베트남(4184), 중국(621) 등이다.


수협중앙회는 "외국인선원제 도입 규모 및 고용 기준은 수협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의 노사 합의로 결정된다""총정원 내에서만 외국인 선원을 도입할 수 있어서 만성적인 어업 인력난을 해결하려면 총정원의 지속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하는 어업 분야 이주노동자도 코로나 이후 급감했다. 국가통계포털에서 조회한 지난 5년간 이주노동자 업종별 현황을 보면 어업은 20172621, 20182845, 20193520명 등 해마다 인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2020286명으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 592명으로 다소 늘었지만, 예년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현장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를 고려해 지난해 11월 예방 접종 등 입국 전후 방역 조치를 전제로 이주노동자 입국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경남도가 파악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이주노동자 5305(E-9 2209·E-10 3096)이 어선과 양식장 등 어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시군별로는 통영이 2431명으로 가장 많고 사천 1168, 거제 605, 남해 558, 창원 260, 고성 208, 하동 75명이다.

이는 수산물 가공 분야 외국인 인력을 제외한 수치여서 이를 포함한 도내 수산 분야 이주노동자 수는 더 많다.

 

경남도는 수산 분야 이주노동자 복지를 향상하고자 고성군 솔섬항에 2023년까지 외국인 어선원 복지회관 건립을 지원한다. 도는 이번 사업으로 외국인 어선원 복지 증진과 고용 여건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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