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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세상사는 이야기] 해외 떠도는 한국 그림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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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97회 작성일 21-09-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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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해외 떠도는 한국 그림자 아이들

엄마나라 간 다문화가정 아이

갖은 냉대 미운 오리새끼 신세

그 숫자가 무려 2만명

그림자 한국인을 구출하라

입력 : 2021.09.04 00:05:01


외국에서 방황하는 한국 국적의 그림자 아이들이 있다. 결혼이민여성들의 이혼, 별거, 가정 파탄으로 엄마 나라에 따라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자녀 26만명의 8%2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 몽골 등으로 중도 귀국한 결혼이민여성은 양육비도 받지 못하고 냉대 속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동반한 한국 자녀는 엄마 나라 국적이 없어 학교도 병원도 갈 수 없고 낯선 환경, 서툰 언어로 미운 오리 새끼가 된 잊힌 아이들이다.


한국 결혼이민자 이혼율은 20%에 달하고 이혼 절차 없이 친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몰래 자녀와 동반 귀국한 사례도 적지 않다. 조국이 없는 그림자 아이들이 외국의 인권 사각지대에서 울고 있다. 한국 유엔인권정책센터는 여성가족부와 기업의 후원을 받아 베트남 껀터에서 다문화가족 돌봄센터를 운영하며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컴퓨터, 헤어디자인, 수공예, 요리 등 취업 교육과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다문화 자녀의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좋은 모델 사업이다. 귀환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 자녀가 많은 나라 도시마다 정부, 기업, 민간 재단이 힘을 모아 돌봄센터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외국 이주민 공동체인 인터네이션스가 이주민 생활 환경이나 조건의 호감도 조사에서 한국은 59개국 중 47위로 선호도가 낮다고 발표했다. 지난 20여 년간 정부와 민간 재단에서 다문화가족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외국 이주민들이 살고 싶어하는 나라가 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외국 이주민을 차별 없이 따뜻하게 포용하는 열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인구 절벽 시대에 외국 이주민조차 와서 살기를 꺼리는 나라가 된 한국은 서서히 인구 소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인가.


조국의 보호를 받지 못해 울고 있는 한국 아동 수만 명을 외국에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세계 최저 출산국인 한국은 작년 합계출산율이 0.84명에 그치고 신생아는 겨우 272300명이 태어났다. 암담한 현실이다. 인구 재앙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상황에 해외에 방치된 한국 아동 수만 명은 인구 대책을 위해서도 귀한 인적자원이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지구 끝까지 달려가 이들을 구하는 데 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050클럽에 가입했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의 인간애 실천이 요구된다. 외국에 방치된 그림자 아이들을 보듬어 휴머니즘 측면에서 책무를 다해야 국격 있는 문화 선진국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


베트남전쟁 기간 중에 참전 미군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 많은 혼혈 아동이 태어났다. 미국은 베트남전쟁 기간과 패망 후에도 외교 교섭을 통해 미국에 오기 원하는 미군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과 그 자녀 수십만 명을 초청이민으로 미국에 데려갔다. 휴머니즘이 넘치는 선진국이다. 한국 정부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 병사와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라이따이한' 3만명과 그들의 어머니를 한국에 데려올 생각조차 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사회적 비난과 억압 속에서 살았던 그 베트남 여성과 라이따이한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들에게 미안하다.


한국 정부는 당장 친정 나라에 중도 귀국한 결혼이민여성과 동반 한국 자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주재국에서 한국 그림자 아이들이 기초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영사 업무를 강화하고 아이들이 원할 경우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 자녀들의 이중국적 취득, 자녀 양육에 필요한 생활비 지원과 법률적 지원도 시급하다. 이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 한국 학교 진학 지원과 함께 결혼이주여성들의 경제 자립을 위한 취업 기술 교육에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절실하다.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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