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화교에 투표 독려하지만…‘100만 다문화’ 공약은 3년 전보다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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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099회 작성일 21-04-05 17:20본문
[출처: 중앙일보] 화교에 투표 독려하지만…‘100만 다문화’ 공약은 3년 전보다 후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출연하기로 했던 다문화TV ‘다문화정책 서울시장 후보에게 듣는다’의 예고 이미지. 박 후보는 이날 다른 일정으로 출연을 하지 못한 뒤 아직 다문화 정책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문화TV 유튜브 캡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출연하기로 했던 다문화TV ‘다문화정책 서울시장 후보에게 듣는다’의 예고 이미지. 박 후보는 이날 다른 일정으로 출연을 하지 못한 뒤 아직 다문화 정책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문화TV 유튜브 캡처
“‘글로벌 도시’라면서 공약에 ‘다문화’ 언급조차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몽골 출신 이주여성 A씨(30)의 말이다. A씨는 2009년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2년 전 귀화했고, 서울 용산구에 정착해 이번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투표권이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A씨는 “이주민이라고 해서 이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게 아닌데, 아예 무시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혜택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언어교육 등 원래 있던 정책만이라도 줄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 중 4만2246명이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총선·대선에선 투표권이 없지만, 지방선거에선 영주(F-5)자격을 취득한 지 3년 이상 지나면 등록외국인에 한해 투표권이 주어진다. 여기에 A씨 등 귀화인까지 합치면 선거에 참여하는 다문화 가구원(귀화인·결혼 이민 등이 있는 가구의 구성원)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 자료(2019년)에 따르면, 다문화 가구원은 모두 106만2423명(서울 18만9010명, 부산 4만5460명)으로 총인구의 2%가 넘는다.
외국인 유권자 4만명 넘는데…이주민·다문화 공약 ‘실종’
이주민·다문화 인구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4·7 재·보선에서 관련 공약은 실종 상태다. 서울시장 후보 12명의 공약집 어디에서도 ‘이주민’, ‘다문화’라는 키워드는 찾아볼 수 없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31일 ‘다문화TV’ 유튜브에 출연해 다문화 정책 대담을 나눌 예정이었으나, 다른 일정으로 출연이 취소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관련 공약이 없을 뿐 아니라, 지난 1월 자신이 지난해 총선에서 패한 이유를 설명하며 “(광진구에) 조선족 귀화한 분들 몇만 명이 산다. 이분들이 90% 이상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말해 혐오표현 논란을 빚었다.
그나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월 26일 다문화 가족들과 면담을 갖고 지난달 22일 다문화TV에 출연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야권 서울시장 단일화에 패하며 그의 정책 비전도 소멸했다. 안 대표는 다문화 가족들과 면담 후 “시장이 되면 서울시 인구의 5%에 해당하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서울을 만들어보겠다”며 ▶25개 다문화 지원센터 통합 운영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교육 소외 최소화 등을 약속했었다.
군소정당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이주민·다문화는 다른 공약의 하위 영역으로 다뤄지고 있다. 소수자·약자를 위한 ‘소수자청’ 설립을 공약한 오태양 미래당 후보는 다문화 관련 정책을 묻자 “소수자청을 통해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정 등에도 종합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답했다.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 측은 “인종과 무관하게 여자 혼자서도 살기 좋은 서울을 추구한다. 가정폭력 원스톱 콜센터를 운영하고, 이용 대상자에는 당연히 다문화 가정의 여성도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지방선거·지난해 총선보다도 후퇴
이주민·다문화 관련 공약이 뒤로 밀려난 데 대해 학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일 한국이민정책학회는 박영선, 오세훈 후보에게 이민·다문화 정책 공약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지만, 4일 현재 답변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김태환 학회장(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교수)은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에 이주민 없이 국가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반(反)이주민 정서로 표가 달아날 것만 염려하는 정치권에선 관련 논의에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소극적…‘표 계산’ 탓?
중국 하얼빈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지 23년 됐다는 화교 방모씨(76)는 “한국이 아직도 외국인을 하대하는 측면이 있어 구청에서 민원 처리조차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6년 전 영주권을 취득한 태국 출신 구라랏(41)씨도 “다문화 가구가 많은 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 것 같다”며 “일하고 세금도 내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만큼 공동체 일부분으로 받아주고 특히 언어적 측면에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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