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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인 200만명시대' 내다보고 정책 리모델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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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305회 작성일 09-08-0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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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200만명시대' 내다보고 정책 리모델링해야

[조선일보 2009-08-07]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올 5월 1일 기준으로 110만6884명으로 조사됐다. 작년(89만1341명)보다 24.2%가 늘었다. 한국 인구의 2.2%이고, 울산이나 수원만한 규모다. 외국인 인구 증가는 점진적이 아니라 폭발적이다. 첫 조사 때인 2006년엔 53만6000명이었는데 3년 사이 두배가 됐다. 앞으로 몇년 내 외국인 200만명시대가, 다시 또 몇년 후엔 외국인 300만명·400만명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저(低)출산 경향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인구의 유입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면 인구는 2018년 4934만명을 고비로 줄어들기 시작해 2050년엔 4234만명이 된다. 인구 감소분, 특히 생산 인구의 감소를 대체할 인력은 외국인 노동자밖에 없다. 우리보다 몇년 앞서 저출산을 겪은 일본의 경우 향후 50년 안에 인구의 10%를 외국 이민으로 채우자는 슬로건이 중요 정책 흐름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숫자를 현재 12만명에서 2020년엔 3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해외의 젊은 인력을 끌어들여 '늙은 나라' 일본의 경제를 살리는 활력소로 삼겠다는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의 52%가 산업현장 근로자이고 11.4%가 결혼 이민자다. 한국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험한 직종에서 일하러 왔거나 쇠락해가는 농촌에 시집와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외국인 며느리들이다. 우리가 수십년 전 중동으로, 유럽으로 돈 벌러 가서 무슨 설움을 받고 어떤 눈물을 삼켰는지를 생각하더라도 언어와 관습이 다르고 경제적으로 처지는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그들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호주 같은 나라는 전국에 70여 곳의 이주민지원센터를 설치해 외국인 이주자들의 직업 교육, 사회 적응, 무료 법률 상담, 의료 혜택 알선 등의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이주민들의 고국 언어로 뉴스를 전해주는 라디오 채널과 TV 방송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인구비율이 16%인 일본 군마현(縣) 오이즈미(大泉)에선 브라질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통역센터를 두고 매달 포르투갈어(語)로 된 정보지를 배포한다고 한다.

정부는 '외국인 200만명시대'를 내다보는 종합적인 정책 리모델링에 나서야 한다. 우선 외국인 거주자들을 상대로 그들이 한국에 살면서 뭘 가장 불편해하고, 무엇을 제일 아쉬워하는지를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알아봐 기초적인 외국인 백서(白書)부터 내놓아야 한다.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은 없는지, 행정 혜택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궁한 처지에 놓였을 때 하소연할 채널은 있는지 하는 것들이다. 그 과정을 거쳐 '외국인들이 살기 편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선 당장은 뭘 고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제도를 바꿔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 대책을 작성해야 한다.

아울러 고급 외국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 거주자의 비자를 분류해본 조사에 따르면 단순노무 인력 비중이 61%, 전문 인력은 3.7%에 불과했다. 결혼 이주자도 그들 나라의 사회적 약자 계층이 대부분이다. 우수하고 젊은 인재들이 한국을 찾아와 우리 경제에 기여를 하고 고국에 돌아가서는 친한(親韓)·지한(知韓)의 핵심 교류 네트워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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