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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한 이주민 가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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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52회 작성일 19-07-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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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등록 :2019-07-04 17:34수정 :2019-07-04 19:04

○○행 기차를 탔다. 이 가족을 알게 된 지 6년 만의 첫 방문이다. ○○이 어디인지 밝힐 수가 없다. 이들은 나이지리아가 고향인 엄마와 그가 한국에서 낳은 다섯명의 자녀로 이루어진 체류자격 없는 이주민 가족이다.

 

2013년 초, 이 가족의 한국인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엄마와 한국에서 태어난 다섯 아이가 있는 이주민 가족이 있는데, 당시 중학교 졸업을 앞둔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문의였다. 당연히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 학교, 출입국관리사무소, 심지어는 교육청도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했다. 관련 규정을 찾아 보내주고, 서울시교육청 담당자에게 부탁해 그 지방교육청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이 가족과의 인연이 시작된 때다.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대학을 갈 수 있는지 문의가 왔다. 쉽지는 않겠지만 제도를 바꾸려고 같이 노력하거나, 적어도 이 가족의 특수한 상황을 강조하며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볼 수 있겠다고 답변드렸다. 하지만 엄마는 좀 더 확실한 것을 원했고 시간은 흘렀다. 첫째와 둘째 모두 고교 재학 때 실습과 관련하여 학교와 회사 쪽에 자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 후 가족 생계 유지를 위해 일하다가 단속이 되어 구금됐다. 엄마는 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하고 여기저기 연락하며 아들을 돌려달라는 호소를 했고 지역사회가 힘을 보태고 몇몇 변호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법원으로부터 강제퇴거명령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기반은 오로지 대한민국에만 형성되어 있을 뿐이고, 본국의 고유 언어조차 사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법체류 상태는 그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야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고려되어야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출생하였다가 체류자격을 잃게 된 사람에 대한 인권적·인도적·경제적 관점에서의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판결이 요지였다. 둘째 아이는 유학비자를 받고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첫째와 둘째는 한국에서 태어나 12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성인이 되었다. 나머지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다. 본국에는 제대로 된 연고도 없고 본국어도 거의 못하고 외모를 보지 않으면 그냥 한국인이다. 그런데 체류자격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강제퇴거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확실한 미래로 고통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는 이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최소 수천명, 최대 수만명에 이른다. 이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가.

 

이미 십여년 전부터 체류자격 없는 이주아동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어왔다. 유엔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있었다. 몇년 전에는 국무총리실에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법무부도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소위 선진국들의 엄격한 출입국 관리 경향을 얘기하지만 일본의 재류특별허가, 영국의 아동을 위한 7년 규칙 등에 의하면 다섯 형제자매를 포함한 상당수 이주아동은 이미 오래전에 체류자격이 부여돼야 했다. 한국처럼 (성인이 되어버린) 체류자격 없는 이주아동들에 대해 아무런 정책 없이 방치하는 무책임한 정부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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