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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차별 속 결혼이민가정①]“동남아서 왔어?” 대뜸 반말…결혼이민여성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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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03회 작성일 18-01-0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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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속 결혼이민가정①]“동남아서 왔어?” 대뜸 반말…결혼이민여성은 웁니다

  • 기사입력 2017-12-28 10:01 |이현정 기자

-결혼이민여성 中국적 최다…베트남ㆍ필리핀 등
-40% “차별 경험”…사회적 관계에 어려움
-가정 만족도 ↓…“자녀 등 되물림 가능성”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비자 문제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간 캄보디아인 B(23) 씨는 얼마 전 불쾌한 일을 당했다. 창구에서 백인 여성에게 존댓말로 대하던 사무소 직원이 자신에겐 아무렇지 않게 반말로 서류에 관한 설명을 해준 것. 기본적인 한국어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B씨는 직원의 행태가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 알았지만 조용히 넘어갔다. B씨는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내가 불만을 제기하면 오히려 피해를 받을 것 같아 그냥 꾹 참고 넘어갔다”며 “날 처음보는 사람들이 대뜸 반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익숙하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결혼이민가정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의 벽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이민자 중 한국에 체류 중인 결혼이민자는 2015년 기준 혼인귀화자를 포함해 약 24만 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여성이 약 89%를 차지한다. 여성의 경우 출신국적이 중국 23.2%, 베트남 19.2% 등이 가장 많고 동남아시아 10.9%, 필리핀 10.1%, 일본 9.7%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의 ‘2015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1만8000여 가구 가운데 40.7%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3년 사이 이웃 등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도 높아졌다. 집안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의논할 사람이 없다는 대답이 30%나 됐다. 38.9%는 여가ㆍ취미생활을 같이할 상대가 없고, 30.2%는 자녀교육 관련 의논 상대가 없다고 대답했다. ‘외롭다’는 응답도 31.4%에서 33.6%로 높아졌다.

문제는 결혼이민 여성이 사회적 차별 경험을 겪을 경우 이민 남성들과 달리 가정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결혼이민자 사회적 차별경험이 한국생활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가 겪는 사회적 차별경험은 한국생활의 전반적인 만족도, 배우자와의 관계만족도, 자녀와의 관계만족도를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이민자가 지각하는 차별경험이 한국생활의 전반적인 만족도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핵심인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남성결혼이민자의 경우 차별경험을 겪으면 한국생활의 전반적인 만족도만 낮아질 뿐 배우자와의 관계만족도나 자녀와의 관계만족도는 모두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별에 따른 영향 차이는 여성의 이민의 목적 차이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선주 여정원 연구위원은 “남성의 경우 단순히 돈만 벌려고 오는 경우가 많다면 여성은 결혼이 이민 목적인 경우가 많다. 아내이자 엄마로서 한국 생활을 하는 것이 전부인 상황에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면 결혼 생활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며 “게다가 결혼이민여성 대부분은 사회 경험이 적은 어린 연령대여서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성이 겪은 사회적 차별이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정원 관계자는 “엄마가 겪은 사회적 불평등이 자녀 관계의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결국 사회적 차별 경험이 간접적으로 자녀에게 되물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곧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들의 사회 만족도까지 저하시키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ne@heraldcorp.com

 

 

 

[차별 속 결혼이민가정②]학력ㆍ전공보다 중요한 출신 국가…일자리도 양극화

  • 기사입력 2017-12-28 10:01 |이현정 기자
-필리핀ㆍ일본인 등 우대…전문 분야 종사  
-타 국가 출신은 대부분 서비스업에 취업 
-“출신 국가 특성따라 맞춤별 지원 제공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10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서울에 정착한 키르기스스탄인 A(35) 씨는 병원 직장을 구한 과정만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모국에서 대학 졸업장까지 땄지만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A씨는 겨우 일자리를 구한 병원에서 약품을 분리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A씨는 “하루 종일 창문 하나 없는 작은 방에서 내내 근무하고, 약품에도 계속 노출되고 있지만 일자리가 있는 것 만으로 감사한 일”이라며 “내 대학 전공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욕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2. 5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일본인 B(30) 씨는 첫 아이가 두 돌이 지난 후부터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일본에서 딴 4년제 대학 학위가 있어 일본어 번역 일거리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시간 동안 틈틈이 할 수 있는 업무여서 B씨에겐 일석이조였다. B씨는 지난해부터 관광통역 관련 공부도 시작했다. B씨는 “특별히 통번역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수년 전부터 배운 한국어와 모국어를 바탕으로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인 것 같다”며 “앞으로 꾸준히 일본어 통번역 길을 계속 걸어가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결혼이민자의 노동시장이 출신 국가에 따라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국가별로 맞춤별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여성결혼이민자의 고용과 정책적 시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의 전체 고용률은 43.4%로 파악됐다. 

여성결혼이민자의 출신국별 고용 여부를 분석한 결과 필리핀과 일본 출신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만 학력이 고용 영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의 국가 출신의 여성들의 학력은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의 경우 일본과 필리핀이 전체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 중국이 약 6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이나 일본 출신의 결혼이민자의 경우 외국어 강사나 통번역 등의 일에 종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외 국가 출신의 결혼이민자는 학력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업종에서 일하는 경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언어적 수요가 있는 필리핀(영어)와 일본(일본어)의 경우 모국에서 취득한 학력이 한국 노동시장에서 인정되는 반면 그 이외의 국가들은 학력이 필요없는 직종에서 종사하는 비율이 많다”고 분석했다. 

현재 정부가 결혼이민자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어 교육, 직업 훈련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획일적인 기초 교육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양극화된 결혼이민자의 노동시장을 개선하기 위해선 출신국가별 맞춤별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의 학력이나 경력이 국경을 넘어가면 가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일어나 영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장벽이 낮은 편”이라며 “지금까지 정부의 이민여성의 정책은 저학력이나 저숙련된 베트남 여성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지만 이민가정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국가 특성에 맞춰 맞춤별로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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