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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의료보험 소외된 중증 외국인 산재환자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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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959회 작성일 17-06-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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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 소외된 중증 외국인 산재환자 가족들

윤설아 발행일 2017-05-12 제23면

"평생 한국서 살 형편인데 나까지 병나면 어쩌나"

병간호 이유 임시 자격 입국
체류 10년 넘어도 가입 제한
간단한 치료도 수만원 '포기'


중국인 박진화(55·여)씨는 2005년 국내에 입국했다. 중국인 남편이 서울의 도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잃고 나서부터다.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박씨의 남편은 사고 후 2년 뒤 의식을 되찾았지만, 전신이 마비됐다.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 있는 남편을 매일 돌봐야 하는 박씨는 허리디스크를 얻었다.
 
 
하지만 맘 놓고 병원에 가 본 적이 없다. 1회에 3만~5만원 하는 물리치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수백만원의 허리 수술은 엄두도 못 냈다. 중증 환자인 남편 곁에서 살아야 하는 박씨는 자신의 병세가 악화할까 봐 하루하루가 걱정이다.

이주 노동자로 한국에서 산재를 겪고 중증 장애인이 된 가족을 돌보기 위해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들은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

국내법상 이들은 건강보험에 가입조차 하지 못해 비싼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사유'로 국내에 장기적으로 체류하는 만큼 다른 장기 체류자와 같이 의료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한국에서 산재를 당하거나 그 가족을 돌보는 외국인은 환자의 치료가 끝날 때까지 G-1(기타)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보통 G-1 자격은 소송에 계류 중이거나 난민 신청자 등 '임시적 체류'가 필요한 외국인에게 부여된다.

그러나 중증 산재환자와 그 보호자는 국내에 장기간 머무를 수밖에 없는데도 건강보험 가입 자격조차 없다. 이들은 본국에 돌아가고 싶어도 평생 병원신세를 져야 하는 처지라 병원비 부담으로 돌아갈 수 없는 데다가 장애 1급의 전신마비 등 중증 환자는 이동하기도 어렵다.

중국인 가채하(49·여)씨의 남편 역시 지난 2008년 건설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뇌 손상을 입고 전신마비가 됐다.

9년째 함께 병원 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어 귀국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아픈 남편이 탈 이동수단이 없어 포기했다. 가씨는 "한국에서 산재 사고를 당해 평생 한국에 살아야 하는 형편인데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치료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G-1 자격 소지 체류외국인 1만7천661명 중 산재환자(보호자 포함)의 수는 969명. 산업연수, 종교, 유학, 취재 목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의료보험 지역가입이 가능한 만큼 산재로 인해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가입을 보장하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장은 "산재환자 보호자는 의료보험은 물론 취업도 제한되고 6개월에 한 번씩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도 감수해야 해 본의 아니게 고통을 받는 사람이 많다"며 "최소한 1년 이상 된 체류자에게는 의료보험 가입 자격이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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