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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다문화 청소년, 문화 외교관으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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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742회 작성일 13-04-2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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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다문화 청소년, 문화 외교관으로 키운다

  • 조선일보       최태욱 더나은미래 기자

     

입력 : 2013.04.23 03:11

 

다문화 자녀 돕는 KF 희망포럼]
한국국제교류재단 글로벌 리더십 캠프
놀림받고 편견 시달리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
해마다 60여명 캠프 참가 미래 일꾼 자긍심 심어

다문화 자녀 돕는 KF 희망포럼
 
 
"어떤 교수님이 '평범한 애들은 한 가지 언어를 할 때, 너희들은 최소한 2개 언어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씀해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다문화의 좋은 점을 깨닫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엄마가 필리핀 국적인 김수영(16·광주중앙고)양의 꿈은 사회복지사다. 김양은 요즘 한 달에 두세 차례 노인복지관, 보건소 등에 봉사활동을 다니며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김양의 아버지 김상수(53)씨는 "옛날에는 내성적이었는데, 이젠 두 명 이상만 모이면 '리더' 역할을 하려한다"고 했다. 김양을 바꾼 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찾은 'KF 희망포럼' 캠프다. 다문화 청소년에게 잠재적 역량을 끌어내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이 마련한 캠프였다.

"전 얼굴이 남들보다 까매서 따돌림당할 때가 많았어요. 매운 김치를 먹지 못해 '외국인!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놀림도 많이 당했죠. 하도 놀림을 당하니까 늘 주눅이 들어 있었어요."

하지만 김양은 이 캠프를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자신감을 얻었고, 꿈이 생기게 됐다. 캠프 프로그램 중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의 진로 탐색을 통해 자신에게 '사회형' 직업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김양은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소중한 기회였다"며 "지금은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주변에 아는 사회복지사분들에게 조언도 구하면서 꿈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김양은 올해 2월에 열린 5차 KF희망포럼을 끝으로 캠프의 모든 단계를 마쳤다. 그리고 지금은 'KF희망포럼 청소년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김양은 "예전의 나처럼 정신적으로 위축된 아이들에게 내가 변화된 경험을 들려주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KF희망포럼 캠프는 다문화 청소년의 잠재적 역량을 끌어내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은 5차 캠프 현장. / 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KF희망포럼 캠프는 다문화 청소년의 잠재적 역량을 끌어내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은 5차 캠프 현장. / 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다문화 청소년에게 초점 맞춘 공익사업, 'KF희망포럼'

"향후 다문화 분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이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출생부터 편견에 시달린다. 학교 적응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들을 우리나라의 새 일꾼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양옥경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청소년글로벌리더십캠프를 통해 다문화 청소년에 주목한 이유다. 김우상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세계화 시대의 기본 소양은 소통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며,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 또한 이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들을 미래의 글로벌 리더이자, 문화와 가치를 전파하는 미래 외교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출발한 재단의 공익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캠프의 가장 특별한 점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우상 이사장은 "전체 교육 과정이 '글로벌(global)', '브릿지(bridge)', '리더(leader)' 등 3단계로 나뉘어 각 과정이 연계되고, 리더 과정까지 수료하면 이후 재단의 국제 교류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2010년 1차 캠프를 시작으로 매년 60여명의 참가자가 캠프를 찾는데, 앞서 김수영양처럼 리더 과정까지 마친 학생은 총 19명이다. 김우상 이사장은 "글로벌 과정(중1 대상)은 숨어 있는 역량을 깨닫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브릿지 과정(중2 대상)은 진로 설계를 중심으로 부모 교육프로그램까지 병행된다"며 "마지막 리더과정에선 부모 국가에 방문할 기회도 주어진다"고 했다.

◇일회성 행사 넘어 단계별로 성장시키는 프로그램 구축

학생에게 직접 캠프를 추천했던 일선 학교의 한 교사는 "상담실을 자주 찾던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캠프 참여 후 상담실보다는 친구를 찾는다"라며 "캠프에 다녀온 후 전교 등수가 50등이나 오른 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어머니를 가진 김연희(16·수원전산여고)양은 '왕따'였다. "KF희망캠프를 처음 찾았을 때도 서먹함만 이어졌다"고 한다. 그때 캠프의 강사가 게임을 제안했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이름을 말하고 들은 이름을 외워 발표하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효과는 컸다. 게임을 통해 이름, 생일, 취미 같은 것들을 알아가면서 먼저 다가갈 수 있었다. 김양은 "그 캠프를 통해 몰랐던 친구들이라도 먼저 다가가면 친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진로검사에서 통역에 소질이 있다고 나와 중국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도 올해까지 다섯 차례나 캠프에 참가했다.

특히 지난 2월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됐던 5차 캠프에는 '이자스민 의원과 함께하는 다문화 청소년 정책간담회', 마영삼 공공외교대사의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의 미래 특강' 등이 진행되기도 했다. 김수영양은 "캠프에 참가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만족도 조사'에서는 참가학생의 92%(51명)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89%(49명)는 '캠프에 다시 참가하고 싶은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5차 캠프에 강사로 참가했던 관계자는 "이전 단계 캠프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많아 매우 적극적이고, 분위기도 좋다"며 "특히 꿈에 대한 인식이 높고, 성취욕도 강한 것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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