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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당한 한국인… 어디서 왔냐고 왜 묻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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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746회 작성일 13-04-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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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나도 당당한 한국인… 어디서 왔냐고 왜 묻죠"

 
“‘다문화인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주세요. 세상을 떠난 엄마·아빠가 많이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는 부모님이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어요. 제가 당당하게 한국인으로 사는 모습을 하늘나라에 있는 부모님께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검은 피부·짙은 곱슬머리를 지닌 황용연(13)군은 6일 tvN ‘쿨까당 전당대회’에서 다문화인을 차별하는 한국 사회에 일침을 놓았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쿨까당 전당대회’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국회의원들 앞에서 일반 시민이 사연과 함께 법안을 발제하는 행사였다.

올해 만 열세 살이 된 황군은 2008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엄마가 뇌출혈로 사망하고, 2년 뒤 한국인 아빠가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부모를 모두 잃었다. 황군의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뒤 KBS ‘인간극장’, SBS스페셜 등에 아이들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지만, 2010년 삼 남매를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황군이 의지할 수 있는 건 누나 도담(14)양과 남동생 성연(12)군, 그리고 홀로 남은 아이들을 돌봐줘야 할 대한민국 사회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른들은 언제나 황군에게 “넌 어디에서 왔니?”라고 물으며 이방인 취급을 했고, 또래 아이들은 피부색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놀리고 괴롭혔다.

황용연군은 지난 6일 tvN ‘쿨까당 전당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남경필 새누리당,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으로부터 “앞으로 ‘다문화인 차별금지법’을 국회에서 발의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어밖에 할 줄 몰라요.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엄마는 한 번도 가나어를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미국(1964년)·영국(1965년) 등 다문화국가들은 일찍이 ‘인종차별금지법’을 만들어 열린 사회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축구선수 박지성에게 “칭크(찢어진 눈을 가진 동양계) 끌어내라”고 외친 축구팬에게 영국 사법부가 유죄 판결을 내린 데는 법적 보호 장치가 있었다. 영국은 혐오 발언자에게 형사처벌을 내리는 나라 중 하나다.

“제가 다니는 지구촌학교의 스리랑카 선생님을 보고 지하철에서 한 아이가 물었대요. ‘엄마, 저 아저씨는 왜 까매?’라고요. 그런데 그 엄마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야’가 아니라 ‘세수를 안 해서 그래’라고 설명을 해줬대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힘이 빠지고 정말 주눅이 들었어요. 친구들은 제게 ‘마이콜’(만화 ‘둘리’에 나오는 캐릭터)이라고 놀렸거든요.”

고아가 된 삼 남매는 현재 지구촌사랑나눔 대표인 김해성(51) 목사를 ‘아빠’라고 부르며 함께 살고 있다. 황군이 김 목사를 처음 만난 건 2008년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엄마는 사망한 지 3일이 지나도록 장례 절차를 밟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가나에 있는 유족 동의서가 있어야 한다며 장례를 거부했다. 아내를 하늘로 보내지 못했던 아빠는 당시 외국인 장례를 3000번 이상 치르며 전문가로 소문 난 김 목사를 찾아갔다. 김 목사는 전용 장의차에 황군 엄마의 시신을 싣고 가나대사관 앞에 부려놓았다. 그는 “깡패 같은 짓이었지만 그제야 대사관이 나서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날 황군이 발제한 ‘다문화인 차별금지법’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채택됐고, 두 의원은 향후 국회에서 이 법을 발의하기로 약속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황군은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저는 예전에는 많이 울었고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울지 않을 거예요. 제가 어른이 된다면 저와 같은 환경에 처한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겁니다.” ‘쿨까당 전당대회’는 11일 오후 7시10분 tvN ‘쿨까당’에서 방송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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