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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를 다루는 두 학자의 날 선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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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717회 작성일 12-12-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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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를 다루는 두 학자의 날 선 대담

 


윌 킴리카 VS 크리스티앙 요프케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국내 체류 외국인이 140만명을 넘어 한국 사회가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다문화주의 담론도 성행한다. 그러나 다문화주의는 그 개념이 학계에서조차 완전히 정립돼 있지 못한 상태다.

나라별로 처한 상황도 다르다. 1971년 세계 처음으로 다문화주의를 국가의 공식 정책으로 채택한 캐나다는 현재 다문화주의 국가라는 게 국가 정체성의 하나가 될 만큼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들은 작년 초를 전후로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선언한 뒤 '포스트-멀티컬처럴리즘(Post Multiculturalism)'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다문화 세계의 도전과 공존을 위한 국제적 접근: 현실, 비전, 행동'을 주제로 2일까지 연 '제5차 KF 글로벌 세미나'에 참석한 캐나다 퀸즈대의 윌 킴리카 교수와 스위스 베른대의 크리스티앙 요프케 교수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기자와 함께 한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서로 공방을 벌이며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의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을 어떻게 보나.

▲(킴리카) 수사적인 선언일 뿐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기본적으로 다문화주의를 채택한 국가가 아니다. 말만 그랬을 뿐이다.

영국은 실제 다문화주의 정책을 편 게 맞다. 그러나 작년 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발언 내용을 보면 구체적으로 실패한 내용이 무엇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그 발언 이후 정책의 변화도 없었다.

다만, 세 나라 모두 이제는 다문화주의라는 말을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게 달라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다문화 세미나 위해 방한 중인 킴리카 교수 (서울=연합뉴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2일까지 연 '제5차 KF 글로벌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 중인 캐나다 퀸즈대의 윌 킴리카 교수. <<국제교류재단 제공>> 2012.12.2. evan@yna.co.kr

(요프케) 킴리카 교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때부터 해온 정책 중 이슬람 단체들에 대한 재정 지원이 중단됐다. 영국의 가치를 받아들이는지 시험한 뒤 지원해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 당신들이 생각하는 국가 정책으로서의 다문화주의는 무엇인가.

▲(요프케) 국가가 정책적인 수준에서 다양한 배경의 그룹 간 차이를 더 강화해주는 것이다.

(킴리카)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차별금지 정신에 입각해 정부가 소수자의 정체성이나 문화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요프케 교수의 설명에 첨언한다면 다른 점을 받아들이되 그룹을 분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공통의 제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캐나다는 시크교도 출신을 경찰로 받아들이되 이들이 터번을 쓰는 것을 용인했다.

(요프케) 그 사례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다문화주의 정책과 연결지을 만한 게 못 된다는 생각이다. 다문화주의는 사회통합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캐나다는 물론 부러울 만큼 성공했다. 유럽의 주요국도 사회통합 의도로 다문화주의를 추진했다. 그러나 차이를 인정하는 게 차이를 오히려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히틀러와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 국가들은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더라도 역사적인 경험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회통합에 나서지는 못했다. 애국심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자유방임형이었다.

--오랫동안 단일민족 국가였던 한국이 이민국가인 캐나다와 같은 모델의 정책을 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보나.

▲(킴리카) 저는 역사 배경은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국가정체성도 빠르게 바뀔 수 있다. 예를 들면 호주는 1960년대까지도 백인계만 이민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이후 유색인종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국가 정체성이 바뀌었다.

캐나다는 이민자 선별 시스템이 있다. 미래의 캐나다 시민을 모셔오는 개념이다. 앞으로 캐나다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가 선별 기준이다.

한국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캐나다처럼 오래 살 시민을 선별할 것인지, 현재처럼 잠시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정책을 계속 펼지를 말이다.

다문화 세미나 위해 방한 중인 요프케 교수 (서울=연합뉴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2일까지 연 '제5차 KF 글로벌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 중인 스위스 베른대의 크리스티앙 요프케 교수. <<국제교류재단 제공>> 2012.12.2. evan@yna.co.kr

-- 한국의 경우 국내 이민자 증가로 인한 국가 정체성 문제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한가.

▲(요프케)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삶의 가치를 정부가 아닌 시민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시민에게 맡겨놔야 한다. 물론 정부가 이민관련 정책에서 분명한 틀은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면 캐나다는 과거에 이민자에게 바로 영주권을 주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요즘은 1년 체류허가, 2년 체류허가 등 단계적으로 체류권한을 확대해주는 유럽 방식으로 옮기는 추세다. 통합의 부담도 과거에는 국가가 많이 졌는데 갈수록 이민자에게 많이 넘기고 있다. 이런 틀은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와 교육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기존 취업자의 해고가 어려운 만큼 이민자들의 취업이 어렵다. 이에 따라 이민자들의 실업률은 일반 시민의 두배다. 실업수당만 받는 이민자들이 늘면 이에 대한 일반 시민의 반감은 커진다.

(킴리카) 이민자들에 대한 일반 시민의 반감은 경제보다 문화적인 측면의 영향이 더 크다. 사람들은 문화적인 위협을 더 크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민자들이 같은 사회에 들어와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수시로 강조해줄 필요가 있다. 또 명백한 인종차별주의 행위에 대해서는 잘못된 일이라고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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